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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교각살우 구조조정 전통 GO or STOP?

대한선주·현대상사·현대 가지급금 국면마다 '냉혈'…현대약정 방향 촉각

임혜현 기자 기자  2010.06.24 09: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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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데드라인이 D-1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어떤 답을 찾아낼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은 과거부터 기업구조조정 국면마다 냉정하게 메스를 가한 이력이 있어 이번에도 현정은 체제 흔들기 역풍 논란이나 해운업 현황 무시 같은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현대그룹은 주력업체인 현대상선의 재무상태에 대한 판단·평가 때문에 촉발된 이번 갈등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으로 대변되는 기업구조조정 추진(민간 기업과 거래 은행간 자율 약정)이 과거 외환위기 직후 관 주도 모델에서 진일보하느냐 혹은 퇴보하는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약정 과정에서의 의견 조율은 외환은행이 그간 기업 위기 상황에 대한 정리 과정에서 보인 교각살우 경험을 토대로 진일보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도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해 버리고 싶다'는 반응을 어떻게 다독일지 주목된다.

◆"해운업종 너무몰라" 아픈 비판도 모르쇠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상태에 대한 외환은행의 평가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내는 이유 중 주요한 것은 업종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다는 기본적인 의구심에 기반한다.

물론 현대상선은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들어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바 있다. 영업이익은 2008년 5867억원 흑자에서 2009년 5654억원 적자로, 순이익은 2008년 6769억원 흑자에서 2009년 80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도 190%에서 277%로 급증했다.

하지만 해운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항변과 함께, 1분기에는 턴어라운드(흑자전환)을 일궜다는 점, 향후 해운업이 상승 추세라는 점 등이 반박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강한 반발은 현대건설 매각 문제가 상반기 중에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과 맞물려 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같은 약정이 단행되면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범현대가의 적통을 잇겠다는 현대그룹의 구상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때문에,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중 하나가 될) 인수자 측의 의중에 따라서는 현대그룹은 경영권 위기 상황을 또 겪을 수도 있다.

외환은행의 판단 문제로 인해 현대그룹 전체의 향방이 갈라질 뿐만 아니라, 범현대가의 적통 문제가 현대중공업 등으로 쏠리느냐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은 현대그룹으로 정리되는가를 은행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힘이 쏠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합리화조치 하러 들어갔다 주인 바꿔…해외지사 축소로 성장가능성 싹둑 

실제로 외환은행이 문제 기업의 내부를 들여다 보려고 나섰다가 회사의 경영권은 물론 산업 전반에 대한 지도를 바꿔버리거나 일을 바로잡으려다(빚을 줄이는 좋은 의도로 일을 추진하다) 향후 성장가능성마저 잘라버린 게 아니냐는 '교각살우'의 비판에 직면한 전례는 없지 않다.

외환은행은 현대종합상사를 회생시켜 현대중공업그룹에 팔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상사가 겪은 구조조정 과정은 향후 경쟁력 회복에 앞으로도 상당한 상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상사는 '왕자의 난'으로 그룹에서 분리가 되면서 IMF 구제금융과 워크아웃 기간 중 외환은행의 체질개선 식단에 맞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사의 기본 포인트인 해외 지사 수가 크게 줄었다는 데 있다. 현재는 절반 미만인 36개에 불과하다.

물론 IMF 당시 우리 나라의 재벌 기업이 종합상사를 끼고 영업하는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고 일부 군살 해외지사는 다른 종합상사가 워크아웃을 겪는 동안에도 도려내어진 전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주)대우에서 분리된 대우인터내셔설의 워크아웃과 회생 과정에서의 해외지사 역할을 보면 현대상사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메스를 댔다는 비판이 일 수 있는 것. 대우인터내녀설의 경우는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와정에서도 해외 법인이나 지사 119개 중에서 100여개를 남겼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은 탄탄한 영업망을 부활 요람으로 삼아 모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물량을 소품종 다량으로 받아 널리 파는 종합상사 본연의 역할로 회생 에너지를 축적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과도하게 수족을 잘라낸 현대상사의 경우 실적이 좋아지자 마자 매각을 추진해 결국 유찰을 겪었고,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외에는 딱히 다른 기업들이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끌다가 매각가를 할인하면서 인수문제를 매듭지었다는 점에서 대비되고 있다.

합리화 조치를 하러 들어갔다가 아에 주인을 바꿔 버리고 나온 경우도 있어 이처럼 과도한 도려내기 경향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선주는 1987년 해운업 합리조치라는 정·관계의 고려 외에도 외환은행이 주도적으로 공세를 펴 문제 기업을 다른 업체에 넘긴 케이스다.

해운업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관련 업체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가 이후 정치적 판단 등 각종 잡음을 낳은 전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아픈 기억을 남긴 케이스다.

1987년 2월 당시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외환은행의 뱡향이 무리수라는 평을 얻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당시 정부는 1987년 2월경 해운산업 합리화 지원방안을 강구함에 있어 처음에는 대한선주를 포함한 기존의 6대 대형선사를 대상으로 부채의 분할상환, 이자의 징수유예 등 합리화조치 정도만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환은행 스스로도 매각 정리를 검토하다 다시 1987년 1월에는 정상화로 방향을 틀면서 화주들에게 대한선주 이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급작스럽게 다시 '외환은행은 대한선주에 대해 부채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해운산업이 구조적 불황 업종이므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예컨대 매일경제 2월 16일자 보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닥이 매각으로 잡힌 것.

더욱이, 인수자로 떠오른 한진해운 역시 85,86년에 적자를 냈고, 인수 조건으로 8개항의 혜택을 요청하고 나서서 당시 윤석민 대한선주 회장 측으로부터 "그런 조건이면 우리가 살리겠다"는 반발을 당시 사기도 했다.

더욱이 이같은 과정에서 외환은행은 정부의 사실상 압박 이상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는 평을 법조계로부터 들었다.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1994.5.6. 89헌마35 대한선주 사건(공권력행사로 인한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을 보면, 대다수 재판관들은 외환은행의 이같은 정리 행위에 대해 당국의 압력이나 사실상 지도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도적이고 자의적 판단이라고 평가, 공권력 행사 해석을 부정했다.

은행권 활동으로 인한 경영권 변경이라는 유사 사례(국제그룹 공중분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당시 담당이던 제일은행의 행동을 재무부의 사실상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본 것과 달리, 외환은행의 문제 기업 구조조정 방침이 필요 이상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음을 방증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빠른 여신 회수 시도, 언론공세로 현대 괴롭히기 전력 이번엔 고쳐질까

더욱이 김영삼 전 대통령 시대에 외황은행이 보인 구 현대그룹에 대한 여신 회수 압박과 언론을 통한 공격 등의 전례도, 이번에 외환은행이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통해 확실한 입장 변경을 보이며 정리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정치 활동을 하면서(국민당 창당과 1992년 총선 돌풍) 현대그룹의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당시 무던한 전방위 공세를 폈다.

이때 문제로 삼은 것이 가지급금(기업이 대주주에게 빌려준 돈)의 전면 회수 요구와 대출금 유용 철퇴, 부동산 무승인 취득 제재 등이었는데, 외환은행이 당시 주거래은행으로서 당국의 사실상 의중대로 압박을 가하는 악역을 맡은 바 있다.

가지급금 자체는 언젠가는 정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었지만, 1992년 2월에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래 외환은행이 5월말까지 전면 회수 압박을 가하는 등 지나친 공세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같은 여신 회수라는 방망이를 이번 재무구조 개선 거부라는 몽니를 부리는 현대그룹에도 들이댈 것으로 보여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 무승인 취득의 경우에도, 외환은횅이 특정 기업(즉 현대)에 대한 제재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밝히는 등 이례적이라는평을 들었다. 공개를 해도 당시 은행감독원에서 나섰어야 할 일에 주거래은행이던 외환은행이 앞서 나갔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에도 타기업(먼저 해운업 적자 문제로 재무약정을 맺은 한진그룹)과의 형평성 문제라는 여론 몰이 논란과 여신 회수, 신규 여신 거부 등을 통한 공세 카드가 공공연히 언급되는 상황, 기업으로서는 은행 판단에 경영권 전반에 대한 강진 우려 등 많은 점들이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과거에는 정권의 정책 첨병 역할로서(혹은 그보다 더 심하게 앞장서는 악역으로서), 이후에는 자본 회수 외엔 관심이 없어 사실상 금융 흐름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엔 다소 무관심한 외국계 자본이라는 위치에서 받아온 많은 비판이 이번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매듭 과정에서 씻겨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