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로 위의 죽음, 이른바 ‘로드킬(Road Kill)’을 막기 위해 설치한 생태통로가 야생동물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야생동물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곳도 있었다.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이 전국의 생태통로(Eco Bridge) 48곳 중 6곳(육교형 3곳, 터널형 3곳)을 조사해 28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중에는 통로 위에 벤치를 설치해 동물들의 이동통로라기보다는 산책로로 더 어울리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청주시 우암산 생태통로(터널형)는 야생동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변 녹화나 경관에 더 신경을 쓴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더욱이 야간 차량 통행이 빈번함에도 차단시설을 설치하기는커녕, 되려 상단부에 등산객을 위한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당연히 야생동물의 이동흔적도 목격되지 않았다.
육교형인 강원도 양양 서면 구룡령(국도 56호)의 생태통로는 인근 휴게소에서 직선거리로 5m 정도 떨어져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경북 문경 마성면(국도3호선, 육교형)의 경우는 통로 폭이 3m 정도에 불과해 포유류의 이동이 어려웠으며, 소음과 전조등 불빛을 막을 만한 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터널형인 강원도 횡성 이동통로(중앙고속도로)는 출입구에 은폐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동 흔적은 목격되었지만 통로 한쪽의 수로 이외에는 야생동물 유도시설이 없어 개체 수나 종의 수는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육교형인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생태통로와 터널형인 지리산 시암재 이동통로(지방도 861)는 차단벽 위치나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될 만한 나무더미와 돌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생태통로 설치시 참고할 만한 곳이라고 한다.
국토도시연구원은 “실제 생태통로가 조성되어 있다고 해도 통로내로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보조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으며, 생태통로 조성시 특정종(핵심종)을 목표로 할 것인지, 범용성 있는 통로로 조성할 것인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의 경우처럼 앞으로는 단순 연결이 아닌 종의 이주·확산·교환에 초점을 맞춰 도시 수준의 생태네트워크라는 큰 들에서 야생동물의 생태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해 생태통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생태통로는 지난 1995년 충남 아산시 남산 순환 도로에 처음 설치된 이후 2003년 말 기준으로 터널형 30곳·육교형 18곳 등 모두 48곳 이상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