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칼럼]‘벗는다 벗어’...모든 것 보여 주마

박광선 기자 기자  2006.07.27 09:24:0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언어의 변신이 눈부시다.

자고 나면 신조어(新造語)가 생겨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와이브로, 피싱, 프로슈머, 준마넬라, 모피아 등은 21세기가 디지털 시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언어다.

와이브로는 무선을 뜻하는 와이어리스(Wireless)와 대용량 고속 인터넷을 의미하는 브로드밴드(Broadband)의 합성어다.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을 지칭하는 말이다. 

피싱(Phishing)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 금융회사를 사칭하면서 낚시하듯 개인정보를 몰래 빼가는 신종 금융사기다. ‘메일 요청을 무시하면 귀하의 계좌가 잠정 중지된다’는 협박성 문구에서부터 접속유도를 위해 경품당첨, 계좌잔액 증가, 거래내역 변경 등을 허위로 알리는 식이다.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제품의 기획.생산 단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마니아급 소비자를 뜻한다. 소비자 반응이 성패를 좌우하는 첨단 IT 제품의 경우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렐라는 사회생활을 하는 기혼여성 가운데 자기관리가 뛰어난 여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통상적인 '미시족'보다 한수 위로 아름답고 건강한 외모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과 함께 경제적 능력을 갖춘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재무 관료와 그 출신을 비꼬는 모피아(MOFIA).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로 재직중에는 선배가 후배를 챙겨주면서 ‘패밀리’를 형성하고, 퇴직 후에는 후배가 선배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끈끈함이 마피아조직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요즘은 ‘퍼블리즌(Publizen)’이라는 말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개(publicity)’와 ‘시민(citizen)’을 결합한 신조어인 퍼블리즌은 직업, 학력, 취미, 관심사를 인터넷에 올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등 사생활 노출을 꺼리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에게 개인정보보호는 의미 없는 말이다. 노출되는 것을 오히려 즐기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서부터 섹스와 약물 경험 등 온갖 종류의 개인사를 웹 사이트나 블로그, TV 리얼리티쇼 등에서 알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e-메일이나 휴대폰 통화내용이 알려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나를 봐 달라. 나에게 클릭해 달라’며 안달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미국의 모 대학 여자축구부원은 반라의 단체 사진을 공개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한 여성 컨설턴트는 자신의 사생활을 셀프 카메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뿐만 아니라 TV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기 위해 수만 여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니 세상이 변해도 엄청 변한 것 같다. 

이들에게 프라이버시는 낡은 개념이라고 한다. 도청과 개인정보 수집이 일상화되면서 숨길 것도, 숨길 수도 없는 세상이 됐는데 감출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사생활과 공적 생활영역의 구분 없이 자신의 삶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파하다 보니 손해를 보기도 한다.

합성어가 판을 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를 의미하는 사이보그(cyborg)란 말이 나온 것이 1960년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앞으로는 어떤 합성어가 만들어져 시대를 풍미하면서 우리를 즐겁게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