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상 초유 '병원계 복수노조시대' 그 미래는

보건노조-산업노조, 정책노선 달라 상호 견제 예상

프라임경제 기자  2006.07.25 07:00:16

기사프린트

공공연맹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이하 병노협)가 최근 소속 노조들의 절대적 지지에 힙입어 정식 노조설립을 천명했다.

병노협은 지난 2004년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 방식에 반기를 들고 보건노조를 탈퇴한 조직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보건의료노조에 반하는 노조들의 협의체 성격으로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본격적인 노조 설립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때문에 병노협이 예정대로 노조를 출범시킬 경우 병원계는 '보건의료노조'와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라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게 된다.

공공보건노조 탄생 배경

공공보건노조의 모태는 앞서 언급했듯이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 방식에 반기를 든 노조들이 모여 구성한 병원노동조합협의회이다.

지난 2004년 보건의료노조와 갈등을 빚던 서울대병원 노조가 이듬해인 2005년 정식 탈퇴를 시작하면서 뜻을 같이한 16개 병원노조가 보건의료노조를 떠났다.

보건노조 탈퇴 이후 상급단체가 필요했던 이들은 민노총 산하 공공연맹에 가입했고 당시 병원 관련 사업체가 전무했던 공공연맹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라는 협의체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4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 2월 병노협을 발족시켰고 이후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한 후 정식 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추진했다.

조합원 대다수가 노조 출범 찬반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90%에 가까운 지지로 병노협은 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천명, 오는 9월 발기인 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노조-산업노조, 확연한 차이점

보건의료노조와 공공보건산업노조는 교섭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우선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교섭방식은 중앙조직에서 사측 대표단과 협의를 하는 산별교섭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각 지부는 중앙조직에 교섭권을 일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부별로 세부적인 사안만을 갖고 교섭에 임하게 된다.

이 방식은 산별교섭 결과가 지부교섭 결과에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지부에서 연봉 인상폭을 높게 잡았다 하더라도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보건산업노조가 보건의료노조에 반기를 든 이유 역시 이 교섭방식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대병원 등 일부 지부에서는 산별교섭 방식을 도입한 보건의료노조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합의점을 찾기 못해 결국 보건노조를 탈퇴했다.

때문에 공공보건산업노조는 지부교섭에 무게 중심을 둔다는 방침이다. 물론 교섭의 편의성 상 산별교섭 방식을 취하겠지만 그 결과를 지부교섭 보다 우선시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병원계 복수노조 향배는

오는 9월 예정대로 공공보건산업노조가 정식 출범할 경우 그동안 보건의료노조가 병원계에서 갖고 있는 보편성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규모나 조직원 수에서는 보건의료노조가 절대적이지만 공공보건산업노조 역시 16개 병원노조, 60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어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조의 중심에는 '서울대병원'이라는 상징성 높은 노조가 포함돼 있어 병원계에 적잖은 입김을 가질 수 있다고 병노협 측은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두 노조는 교섭 등 향후 활동에 서로를 상당히 의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매년 교섭결과가 공개 될 때마다 상대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섭실적이 저조한 노조의 경우 조합원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양측 모두 민노총 산하에 소속돼 있어 공공의료강화,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개악안 등과 같은 투쟁에는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병노협 관계자도 "태생의 배경과는 별개로 민노총 산하 노조로서 전개해야 할 투쟁에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