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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서민에겐 '귀하신 몸'

배샛별 기자 기자  2006.07.21 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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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직장인 P모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하려고 번호표를 뽑아들고 40분이나 기다렸다.

겨우 차례가 돼 무통장입금표를 작성해 은행 창구로 갔더니 은행 직원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기)에 보면 계좌 이체를 하는 메뉴가 있다"며 "창구에서 해도 되지만 수수료가 ATM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3배 정도 비싸다"고 설명했다.

점심식사도 못 먹고 기다린 게 억울했지만 창구를 이용하면 더 비싸다는 얘기에 ATM기로 가서 계좌를 이체했다.

P씨는 "원래 이용하던 은행 ATM기에는 당행통장으로만 계좌이체 기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은행 ATM기로도 타행 계좌이체를 못 하는 줄 알았다"며 "은행별로 ATM기능을 다 외우고 다닐 수도 없고 괜히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은행 창구 서비스가 서민들에게 비싼 '몸값'을 내세우며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 창구는 이미 공과금 수납을 거부하고 있으며, 자동화 기계를 이유로 창구 서비스 수수료를 턱없이 높게 받고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노인 고객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창구에서도 공과금 수납을 받고 있지만, 일반 고객드은 공과금 수납을 할 때 해당 은행 신용카드가 없다면 현금을 통장에 넣었다가 직불카드로 다시 납부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창구 이용시 드는 수수료도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등 손이 덜 드는(?) 서비스에 비해 최대 6배까지 비싸다.
 
반면 VIP고객들을 위한 은행 서비스는 최대한 편리하게 원스톱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VIP고객들은 은행 창구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따로 마련된 PB룸으로 직행한다. 공과금 수납부터 법률상담까지 모든 업무는 물론 원스톱으로 처리된다.

일부 은행들은 VIP고객 자녀 미팅이나 웨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자녀 결혼까지 신경을 써 준다. 나아가 장례지원, 세무조사 서비스 등 VIP고객들은 위한 프로그램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수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VIP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함부로 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서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한 것은 아니며 ATM기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인터넷 뱅킹 이용 권유 등을 통해 최대한 편리하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