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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겐 냉정·나에겐 관대한 산업은행式 '감자'

금호생명 감자 불만비등…LG카드·아시아나 건등도 감자오남용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0.05.28 11: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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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프라임경제] 기업이 부실의 늪에 빠지는 경우, 거래 은행이나 모기업 등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유상증자나 감자 등 여러 방법이 거론되지만 초점은 손실폭을 줄이면서 자력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하거나 매각하는 데 있다.

산업은행은 여러 국면에서 부실화된 기업을 되살려내는 작업 전면에 설 기회가 많았다.

이번에는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승자의 저주'에 말려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생명을 떼어내 떠안았다. 산은PEF는 4800억원으로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고 2013년에는 증시 상장 등 정상화 밑그림이 착착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밑그림에 감자가 들어있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금호생명 직원들은 회사의 정상화를 염원하며 우리사주 매입에 대거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균등감자라는 문제로 결국 소액주주에게 너무 많은 출혈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같은 경향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품격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감자를 회사 살리기 수단을 넘어서 책임 전가나 이윤 추구 도구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생명 소액주주들 균등감자 카드에 '불만폭발'

감자는 주로 회사가 영업을 제대로 못한 탓에 결손금이 쌓여서 그만큼 자본금을 잠식했을 경우 단행된다.납입자본금을 모두 다 잠식한 경우를 자본전액잠식이라 하는데, 이런 회사에는 대체로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다. 

바로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고 감자를 단행한다. 최초의 납입자본금에서 감자 뒤 납입자본금을 뺀 '감자차익'으로 발생한 자본잉여금에서 결손금을 맞비기면('상계'로 처리하면) 되는 것. 회사가 안은 결손금을 털어내는 묘책이기는 하지만, 바꾸어 보면 주주가 본 손실이 회사의 잉여금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감자는 주주들이 갹출해, 회사를 살리라는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주주 등 경영 책임이 큰 주주에 감자 비율을 달리 적용(차등감자)하는 경우가 많다. 쌍용자동차의 경우에는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감자 비율은 15대1로, 일반 소액주주는 9대1 비율로 감자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발표된 감자안은 균등감자로 소액주주의 희생을 필요 이상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산확충을 위해 차등감자 아닌 균등감자를 감수했다는 게 균등감자 강행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미 지난 4월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97.4%로(작년 말 기준 92.3%) 오른 것을 감안하면, 소액주주에 대한 고려의 여지와 여력은 충분히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금융감독당국은 지급여력 충족 가이드라인으로 150%를 권고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쪽에서 금호생명 건에서 빠른 성과내기를 원하고, 이때문에 부득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카드 건에서도 소액주주에 균등감자 칼날, '매각 차익'만 누려

산업은행이 부실 기업을 되살려낸 과정에서 균등 감자 방법론을 활용한 것은 금호생명이 처음은 아니다.

LG카드 부실화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4대1 균등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단행했다.감자와 출자전환을 거치면서 LG카드는 산업은행이 25%의 지분을 확보해 국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원프로그램에 추가로 유동성이 필요할 경우엔 LG그룹이 3750억원(75%), 산업은행이 1250억원(25%) 등 5000억원 한도내에서 책임을 나눠맡기로도 했다.

같으로 보기에는 산업은행이 LG카드를 살리는 일에 '총대' 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LG카드 정상화 방안은 다른 은행들과 LG그룹이 질 뻔한 부담의 상당 부분을 산업은행이 감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산업은행의 유지창 당시 총재 등 산은 경영진이 정부 측에 불만을 제기, 'LG카드 지원에 따른 임직원 면책과 손실 보전' 약속을 받은 뒤 이같이 나선 것이어서, 실상 산업은행으로서는 손실을 볼 것이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업을 살리는 일에 이름만 빌려준 셈이라고도 볼 여지가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LG그룹의 경영 미숙으로 인한 손실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안전판삼아 처리하였고 그 부담을 소액주주들에게 골고루 나눠 짐지운 것인데, 당시 LG그룹에 대한 책임 추궁이 지나치게 약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렇게 균등감자를 한 축으로 한 협상은 애초에 논란거리였던 셈이다.

소액주주들의 대표적 케이스인 LG카드 임직원들은 2002년 당시 주당 5만8000원에 기업공개를 할 때 주로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로도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명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이처럼 감자까지 겪으면서 손실을 크게 입었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이렇게 손실을 크게 본 LG카드 직원 등 소액주주의 사정은 나몰라라 하고 신한지주로 넘기는 과정에 매각차익만 챙겨 나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균등감자와 출자전환'을 축으로 하는 정상화 구상에 위탁운영을 맡은 과정이나 이에 개입하면서 스스로의 이익(면책 등)을 노린 일은 차치하고라도, 신한지주에 LG카드를 매각(현재 신한카드로 서듭났다)하면서 보인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산업은행은 신한지주로 LG카드를 매각하면서 차익으로 9000억원 가량을 챙겼으나, 이 매각 협상 매듭 과정에 LG카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인수측인 신한이 승계하는가, 아니면 산은이 처리하고 떠나는가) 당시 LG카드 직원들이 이를 문제삼아 '매각처분금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내기도 하는 등 불만을 샀다.

결국 산업은행은 균등감자와 출자전환, 정부가 손실 등을 모두 보장하는 안정적 구조에 개입해 매각 차익만 챙겨 떠낢으로써, 결국 LG그룹과 오너 일가가 져야 할 책임 중 상당부분을 소액주주 등에게 전가하는 데 일조하고 그 과실을 누린 셈이다.  

◆'흑심'품고 금호아시아나 감자 추진? 산은캐피탈 감자 '자기에겐 관대' 논란

감자 문제를 꺼냈다가 비판을 받고 일단 '없던 이야기'로 유야무야한 경우도 있다.

금호산업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들에게 아시아나항공 감자에 대한 동의서를 발송해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조치는 감자가 결정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들이나 일반 주주들에게 손실이 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아울러, 감자에 이어 채권단의 출자전환 조치 등이 취해지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실질적 지배권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흑심'을 의심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감자 처리를 한 이후 과정은 이처럼 다른 회사들의 문제 상황을 정리할 때처럼 주주 희생(오히려 소액주주의 경우 더 부담이 크게)을 기본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9000억원 가량을 챙겼으나, 이 매각 협상 매듭 과정에 LG카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인수측인 신한이 승계하는가, 아니면 산은이 처리하고 떠나는가) 당시 LG카드 직원들이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2003년 6월 감자를 단행했다. 당시 감자 비율은 산업은행은 25대1,소액주주는 20대1.

일견, 경영권에 대한 책임 가중을 스스로 감수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는 비판 근거가 후에 나왔다. 2006년 감사원은 '산업은행은 1999년부터 작년(2005년)까지 모회사와 업무가 중복되는 산은캐피탈에 7283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미 단순 경영 판단 문제만이 아니라 업무 중복 등 구조적 문제를 알고도 조직적으로 덮으려다 손실을 냈고, 이 손실을 정리하면서 차등감자를 한 것치고는 회사(산업은행) 부담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2008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은캐피탈이 2003년 3월말 1102억원의 자본잠식과 2771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영업정지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산업은행이 부당 지원을 했다는 점도 지적해 냈다. 산업은행은 2004년 3월 말부터 1년간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만기 2~3년짜리 3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신용등급 BBB등급)를 7차례에 걸쳐 정상 금리보다 낮은 4.79~5.86%의 금리로 인수했으며, 산은캐피탈은 이를 통해 3년 연속 흑자를 냈고 회사채 신용등급도 높아졌다.

감자로 소액주주 주머니를 털거나 부당 지원으로 눈 가리고 아웅을 해 자회사 부실에 따른 문제를 하석상대하려 했다는 풀이다. 

결국 이렇게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의 경영체력 회복 국면에서, 감자라는 주주들에겐 큰 손실을 강요하는 수단을 불필요하게 사용하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무시로 꺼내든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이번 금호생명 감자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항의를 자기 이익에 따른 이기심의 발로로만 치구하기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 LG카드 처리 과정에서 활약한 '산업은행맨' 최익종 씨가 새 금호생명 대표이사로 부임해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