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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굴릴 돈이 필요하다”

강력한 구조조정 예고… “차라리 C등급이 재정비에 도움”

배경환 기자 기자  2010.05.27 1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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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몇 년전 확보해놓은 사업지를 팔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일단은 당분간 사업계획이 없고 (구입당시)그때하고 비교해서 가격도 괜찮게 되팔 수 있을 것 같아서죠”(서울 소재 중형 건설사A)
“뭐를 막아야하는 큰 자금이 필요한게 아니라 당장에 굴릴 돈이 조금 빠듯할 뿐입니다”(서울 소재 중형 건설사B)

   

건설사들이 ‘돈’때문에 아우성이다. 대형건설사들은 해외나 재건축·재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사업루트를 확보하고 있어 자금난을 느끼지 못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뿌린 돈(투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보니 당장의 운영비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채권은행들이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시공능력 100위권 이내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이달 말 마무리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긴장한 모습은 더욱 역력하다.

◆“차라리 C등급이…”

“B등급 맞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보면 차라리 C를 맞아 금융권의 도움을 받은 뒤 재정비하는 것도…”(서울 소재 중형 건설사 관계자)

지난해 부도처리된 신창건설과 현진 그리고 올해 줄줄이 쓰러진 성원건설, 남양건설, 금광기업, 풍성주택은 모두 지난해 신용위험평가에서 A~B등급을 받았다. 즉 회사 재무상태가 정상이거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더라도 일시적인 상태인 이른바 ‘독자생존’이 가능한 회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유동성에 타격을 입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PF대출로 인한 과도한 금융부담과 미분양 및 미입주 등으로 결국 돈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현재 일부 중소형 건설사들은 어설픈 B등급보다는 C등급을 받아 돈을 지원받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지난해 B등급을 맞았지만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 건설사 관계자는 “B등급을 맞으면 은행권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며 “여기에 이자율이나 대출연장 등과 같은 금융혜택도 없어 사실상 C등급보다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B는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등급이지만 그것도 시장이 좋아야 가능한 것”이라며 “한 우물만 판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줄이고 줄였는데… 이젠 뭘하지?”

“인원도 줄이고, 부서도 통폐합하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견본주택 운영비도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경기도 소재 중형 건설사 관계자)

건설사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견되면서 운영비를 줄이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직원들 급여가 줄거나 동결된 것은 오래전 일이고 복지후생비용을 비롯한 각 부서의 운영비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 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곳(주택전문건설사)은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결국 수익이 돌아올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어느 것 하나라도 줄이고 줄여야한다는게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경기도에 소재한 한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까지 지급되던 소액의 휴가비와 상여금을 올해부터는 중지하기로 했다. 더욱이 회사내 운영되던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비도 크게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용등급 A를 받는 등 지금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다가올지 모르는 유동성 위기를 대비하자는 계획인 것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는 계획도 무기한 연장된 회사도 있다. 한 건설사 홍보팀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매년 진행되던 신입채용도 이번에는 인건비를 이유로 없어졌다”며 “일년새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도 발생해 각 부서마다 인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신입은 물론 경력도 계획에 없어 일이 과부화에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건설사들을 더욱 의기소침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죽어야할 건설사는 죽어야한다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지만 이로 인해 사업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상황을 더욱 좋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주택시장 침체가 더욱 장기화되는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