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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그래도 남용이다

박광선 기자 기자  2006.07.17 13: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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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LG텔레콤 남용(南鏞)사장의 퇴진문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악법도 법’이라며 법 규정대로 남 사장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부 책임도 큰 2㎓대역 동기식 IMT2000(화상이동통신)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CEO(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처럼 남 사장의 퇴진문제가 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것은 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의 IMT-2000 사업허가권을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난 8년간 LG텔레콤을 이끌어 오던 남용호가 좌초될 위기를 놓였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이 취소되면 LG텔레콤은 천문학적 규모의 출연금이나 과징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남 사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업권 취득에 관여한 사람은 허가 취소 때 임원이 될 수 없다’고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 2항을 보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으며 "제1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의 취소처분,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등록의 취소처분 또는 취소처분 또는 동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사업의 폐지명령을 받은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로 규정돼 있다. 남 사장 퇴진이 거론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정통부 정책심의위원회가 지난 14일 열렸던 전체 회의에서 LGT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은 회수하되 남사장의 CEO 자격은 유지토록 하고, 사업권 회수에 따른 정책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정통부 완고하다. 예외를 인정할 경우에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다른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약속대로 LGT가 15년간의 주파수 사용료 1조 1500억원을 내고 사업권을 반납하던지 아니면 남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LGT는 이미 납부한 출연금 2천200억원을 뺀 9천300억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2조6,700억원에 당기순이익 2,481억원을 낸 회사사정을 감안하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사장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내 거취로 인해 회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CEO에서 물러나나더라도 회사에 9,300억원의 손해를 끼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1차적 책임은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에게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정통부 생각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법에도 인정은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문제가 된 IMT-2000 사업이‘황금알을 낳은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LGT는 원해서 된 동기식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LGT는 대세를 이루던 유럽식(비동기)에서 탈락한 후 동기식(미국식) 사업권을 획득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상용화한 CDMA(미국식 디지털) 기술을 살리기 위해서는 동기식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LG텔레콤을 설득,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법대로’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목적이 영리추구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없는 곳에 투자할 기업주는 없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2㎓대역 동기식 IMT2000 사업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가 정통부의 잘못된 사업자 선정 및 정책 결정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권 자진 반납보다는 사업자의 책임을 묻는 사업 취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관련업체의 책임보다는 통신 칩과 장비개발을 중단해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외부 업체의 책임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또 있다.

그의 퇴진이 몰고 올 파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남 사장은 가입자 200만명도 안되던 LGT를 600만이 넘는 기업으로 키웠고 퇴출 위협을 생존 기반으로 바꿔 놓았다. 뿐만 아니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뱅크 온 등 틈새 상품 개발 및 번호이동제를 통한 우량가입자 확보, 유통망 혁신 등 LGT의 경쟁력을 격상시킨 주역이다.

따라서 남사장의 퇴진은 겨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LGT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LG그룹의 통신사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