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40대 후반 회사원 박모(서울/ 남)씨는 언제부턴가 엉덩이와 허리에 자주 통증을 느꼈다. 특히 퇴근 후 양반다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사타구니 부위의 통증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다. 혹시 디스크가 아닐까 염려되어 병원을 찾은 박씨는 검사 결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판정을 받았다. 과음에 의한 발병이라는 소견을 들은 후에야, 술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여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이처럼 한잔 두잔 술술 넘어가는 술에 40~50대 중년 남성들의 엉덩이 뼈가 슬금슬금 썩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정도 괴사가 진행 된 후에야 통증이 찾아와
대퇴골은 넓적다리 뼈로 엉덩이 뼈인 골반 뼈와 연결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고관절이 바로 이 연결 부위를 말한다. 대퇴골은 사람의 뼈 중 가장 큰 부위로 대퇴골두란 넓적다리뼈 맨 윗부분이다. 뼈의 맨 위쪽인 대퇴골두에 영양분과 혈액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면 뼈 조직이 죽어서 떨어져 나가거나 부서질 정도로 약해진다. 내버려두면 고관절 골절이 생겨 관절이 망가지기 때문에 인공고관절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악화된다.
아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혈액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손과 발 끝부분뿐 아니라 뼈의 끝 부분인 대퇴골두 역시 미세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전달받기 때문에, 음주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가 장기적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외 외상이나 스테로이드로 인한 발병도 수술 환자 열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나 주의해야 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랑이와 엉덩이 쪽이 뻐근하고 쑤시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통증부위가 남들에게 말하기에 민망한 부위이기 때문에 통증이 심해지기 전까지 막무가내로 참는 경우가 많다. 가랑이와 엉덩이 쪽이 뻐근하고 쑤시고 때문에 어느 병원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환자들도 있다. 또 종아리가 저리고, 보행 시 다리 통증을 느껴 다리만 검사를 받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리가 짧아진 느낌이 들고, 자주 발을 헛디딘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허벅지나 고관절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증상에 방심하면 향후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음주가 잦은 40~50대 남성들 중 혈액순환장애가 있는 고 위험군은 몸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자기 관절을 살릴 수 없을 경우, 인공고관절 치환술 시행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치료방법은 관절을 유지하는 치료와 인공고관절로 대체하는 치환술로 나눌 수 있다. 뼈 조직의 괴사가 적고 퇴행성 관절염이 없는 1~2기 단계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자기 고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가 권장된다.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압력을 낮추고 혈관이 자랄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는 감압술 치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대퇴골두에 생긴 구멍 안에 약해진 뼈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금속 지지체를 넣어 뼈가 안정적으로 빨리 자랄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감압술이 개발되었다.
만약 자기 고관절을 살릴 수 없다면, 가능한 빨리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약해진 뼈가 골절을 일으키거나 퇴행성 관절염을 동반해, 걷지도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쪽 고관절에 함께 이상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상태가 양호할 때는 한번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치료를 서둘러서 수술할 수록 경과가 좋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글_ 인천 힘찬병원 정형외과 이상협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