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매물건에 책정된 감정가격이 입찰시점에 다가와서 현 시세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평균시세가 떨어져 4~6개월 전 매겨진 경매감정가와 현 시세의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신건은 낙찰률이 대폭 하락하면서 유찰물건이 증가했지만, 보수적인 입찰로 인해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도 연출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입찰자들의 움직임도 변했다. 보수적인 입찰을 넘어 골머리를 않기 시작한 것. 시세차익을 남겨야 가치가 있는 경매물건은 얼어붙은 일반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소화되기를 기대하지만,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결국 입찰자는 차익은 물론 되팔 때까지의 상황을 고려해 입찰가를 최대한 낮게 잡는 등 향후 나타나게 될 변수에 대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높은 감정가…낙찰가율 하락시켜
경매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 현재까지 수도권아파트 신건낙찰건수는 2건으로 11건을 기록한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5.5배 감소했다. 특히 신건 낙찰이 차지하는 비율도 수도권아파트 낙찰건수(248건)의 0.81%로 지난달(3.79%) 같은 기간에 비해 2.98% 감소했다. 즉 이번 달 낙찰된 248건 가운데 426건(99.19%)이 한번 이상 유찰된 물건인 셈이다.
통상 감정가 이상의 입찰가를 써내야 하는 신건이지만, 4~6개월 전 시세 수준에 형성됐던 감정가격이 입찰 당시 시세보다 높아져 투자자로서는 부담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세보다 높은 감정가로 차익을 남길 수 있을 만한 가격 즉, 거듭 유찰을 반복한 낮은 가격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에 비해 2.32% 감소한 79.86%로 14개월 만에 80%대가 붕괴됐다. 또 경기와 인천지역도 2.49% 줄어든 76.7%, 2.53% 감소한 79.19%로 각각 70%대로 주저앉았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 이정민 팀장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건 감정가는 시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 지고 있어 유찰물건으로만 집중되고 있다”며 “신건과 유찰물건의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저 입찰가로 변수에 대응해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얼마 전만 해도 시세보다 더 싸게 낙찰 받아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세 차익은 물론 낙찰 받은 물건이 일반 시장에서‘팔릴 지 않 팔릴 지’까지 신경 쓰면서 입찰가를 적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경매시장에서 낙찰 받은 물건을 일반시장에서 소화시켜야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상복합 등 수요가 많지 않은 물건의 경우는 유찰을 거쳐 떨어진 가격에 더 낮은 입찰가를 적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지옥션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6월22일 경매 개시된 후 3회 유찰 경험이 있는 송파구 신천동에 롯데캐슬골드(전용187.7㎡) 18층은 경매 신청 당시 28억원에 감정됐다. 지난 3일 입찰에 부쳐진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하한가 21억2500만원, 상한가 25억5000만원 선으로 감정가와 시세 차이가 2억5000만원부터 많게는 6억원까지 난다.
결국 이 아파트는 유찰 3번을 거듭해 최저가 14억3360만원에서 시작, 경쟁률 14대 1에 17억535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 감정가 ‘주의보’
경매 입찰을 진행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감정가와 현 시세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시세변동이 4~6개월 전에 경매로 신청된 물건과 폭이 큰 시점에서는 감정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입찰자는 경매 입찰 전에 낙찰 받으려는 물건의 감정가에 시세가 반영됐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감정이 오래 전에 이뤄져 시차가 생기는 경우 △ 거래가 없어 시세를 알기 어려운 경우 △감정 이후 재개발·건축 등 호재로 가격 변동이 생기는 경우 등을 따져봐야 한다.
강 팀장은 “경매 초보자들은 감정가는 곧 시세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믿음이며, 유찰이 한번 될 때마다 한 달이 지나므로 요즘 같이 유찰이 많이 될 때는 시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감정평가서를 볼 때 가격만 볼게 아니라 동시에 감정시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