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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료보다 싼 쌀값…마트가 부채질?

대형마트 결정가격 쌀값 좌우…마트측"농민 돕는다" 항변

전지현 기자 기자  2010.05.14 10: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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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형마트들의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쌀 가격으로 ‘농심(農心)’을 자극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소비촉진을 도모한다며 소비자의 발길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쌀’을 저가 판매, 쌀값 하락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13일 현재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2009산 쌀 20㎏ 한 포대 가격은 3만2000원.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3만8310원이었지만 1년 새 8.35%나 떨어졌다. 더군다나 같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애완견 강아지의 사료가격은 1.5kg 한 포대에 1만5000원. 환산하면 1kg당 개사료는 1만원인데 반해 쌀은 1600원. 쌀이 개사료만도 못하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지난 4월에는 대형마트에 처음으로 20㎏ 한 포에 2만원대 쌀이 등장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4월 15일부터 20㎏ 한 포에 3만원짜리 행사용 쌀을 내놓고, 두 포를 구매하면 한 포에 2만9000원, 세 포를 구매하면 한 포에 2만8000원에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이보다 앞선 4월 8일부터 20㎏ 한 포에 2만9900원짜리 쌀을 판매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저가미 판매는 쌀값 폭락을 부추기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대형유통업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쌀 농가에게 돌아가 농민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대형유통업체들이 지역 RPC(미곡종합처리장)에 저가미 공급을 강요하고 농협RPC들도 저가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롯데마트나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에 저가미 판매와 관련, 적정가격추천과 관계자 미팅,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하지만 유통업체 마다 비슷한 시기에 저가미를 방출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값 폭락 ‘점입가경’

실제 대형마트들이 이렇듯 쌀 저가판매에 나서면서 쌀값 하락 폭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쌀값은 폭락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통계청이 산출한 전국의 평균 쌀값은 80kg 한 가마당 13만1076원으로 열흘 전(4월25일)의 13만40376원보다 1.0% 하락했다. 지난해 9월 15만1313원 보다, 그리고 2008년 같은 기간 16만2029원에 비해 무려 3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특히 충청남도 서당진의 경우 쌀 한 포 거래가가 겨우 9만8000원에 불과하다. 생산, 자제 등 각종 비용 폭등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적정하다고 추산한 21만원에 반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사실상 농민들에게 대형 유통업체 말고는 마땅한 판로가 없다. 따라서 유통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치닫는 낮은 가격을 요구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가 한 번 결정한 가격은 전국 쌀값에 영향을 미쳐 저가미 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연합 전북도연합 등 농민단체는 지난달 1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형마트의 저가미 판매와 미끼상품 판매로 쌀값은 더욱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농 충남도연맹도 이보다 보름 앞선 3월 18일 성명서를 내고 “쌀 값 폭락을 부추기는 저가 쌀 판매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충남지역의 대표 브랜드 쌀이 천안·아산의 대형마트 등에서 20kg가 정상가 5만1000원의 60%에 불과한 3만500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저가 쌀 판매를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충남도는 쌀 값 폭락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형 유통업체들은 연일 충남지역 RPC에 저가 쌀 공급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저가 쌀을 ‘미끼상품’으로 만들어 쌀 값 하락을 부추기고 농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저가 쌀 유통·판매 행위를 엄중히 단속해야 한다”고 특단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통업계 “저가미 할인판매, 농민 돕자는 취지인데…”

한편, 할인점 등 유통업계는 저가미 할인판매에 대해 “쌀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저가 판매 행사는 일주일 단위로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일 뿐이고, 다양한 가격의 상품 중 저가 상품이 포함된 것인 만큼 저가미 판매가 전반적인 쌀 시장 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올해의 경우 쌀의 재고가 많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부차원의 대북 지원과 같은 시장의 대량 경매 혹은 소비 촉구 등으로) 빨리 소진해야 하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므로 판매촉진이 농가에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