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한진해운의 유상증자 사유가 수상하다. 지난 10일 한진해운은 터미널 매각 발표에 이어 수 천억원대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전해왔다. 유증의 목적은 재무구조의 개선과 차입금 상환을 통한 금융비용절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권업계는 한진해운 유상증자의 발표시점과 수단 등에 의문점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한진해운은 실적과 유상증자, 터미널지분매각까지 하루 동안 세 가지 주요 공시를 발표했다.
한진해운의 100% 자회사인 한진해운신항만은 장부 가치상 55억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지분 49%(284만2000주)를 2000억원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각이후 2·3·4년 경과시점에 한진해운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도 체결했다.
실적 또한 1분기 매출액이 1조93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영업이익이 5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한진해운은 ‘겹 호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주가는 장중 한때 7%까지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유상증자라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이미 한진해운은 한 차례 유증설로 8.6% 주간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자금 2021억원 조달을 위해 기명식 보통주 1091만5219주를 주주배정후 실권주일반공모방식으로 발행하키로 했다는 발표를 터트린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번 증자는 자금부족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차환발행이나 지배구조 변경‧재무구조개선약정 등 목적과는 무관하다는 게 한진해운 측 설명이다. 단지 재무구조의 개선과 차입금 상환을 통한 금융비용절감이 목적이라는 것.
이에 업계는 꾸준히 회사채를 발행하던 회사가 돌연 유상증자를 하는데 의문을 제기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2월 회사채 2200억원에 이어 5월에도 3000억원을 발행했다.
특히 2월에 발행된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6.95%인데 비해 5월 회사채는 5.6%로 크게 낮춰진 상황이다. 즉 사채 발행여건이 호전된 상황에서 자금끌기에 굳이 유상증자를 채택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발표시점도 어긋난다. 그리스 사태로 주가는 하락세고 투자심리는 약화되어 있다.
긴급 자금이 아니고서야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발표는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경영진이 미리 유상증자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으로 인해 강제된 것이 아닌 이상, (유상증자) 시점은 좀 더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장은 인수주체를 염두에 둔 증자라는 가설도 세웠다. 이 경우 주주배정 후 3자배정방식을 추진해 할인율은 줄이고 실권주 비율은 높이는 방법이 적절했을 것이다.
허나 한진해운은 주주배정 후 일반배정방식을 채택했으며 신주발행가액에 할인율은 20%를 적용했다. 즉 지배구조의 변화를 노린 유상증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유상증자에 ‘진짜 목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시장은 신규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한진해운 측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시장은 자금 사용처의 결정 여부에서 다시 한번 엇갈린다.
한진해운 측은 신규사업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부인하는 반면 시장은 자금 사용처가 미리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1분기말 기준으로 약 6112억원의 현금을 보유한데 이어 2분기에는 △유상증자(2500억원) △터미널지분매각(2000억원) △신규회사채(3000억원) 등으로 총 7500억원의 추가 확보가 예상된다. 이에 5월 3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면 현금보유고는 4500억원 가량 증가하게 된다.
즉 500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자금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데는 별도의 사용처도 이미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증시전문가는 “단기간에 회사채발행, 유상증자,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축적하는 것은 분명한 용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선박발주설에 대해서는 “가능성 제로”라고 못박다. 한진해운홀딩스의 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