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서 1순위 재테크 수단은 ‘주택’이었다. 투자자에겐 자고 나면 100만~200만원씩 오르는 주택 재테크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며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금융권 대출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주택에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출상황이 연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예금, 저금리 대출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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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업계에선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주택에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
지난 5월 3일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4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9조8445억원이 모였다. 금융 관계자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돈들이 삼성생명이란 ‘대어’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은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실패해 투자자에게 되돌아간 19조원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유럽 재정 악화에 국내 증시시장까지 휘청거리자 투자자들은 직접투자를 꺼리는 상황이어서 다시 하락한 예금금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할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해 저금리 예금에 묻어두고 한숨 고르는 투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출 받을 사람은 없고, 은행권은 돈 빌려줄 곳이 없어 대출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이 돼야 수익이 나는데”
올 들어 2월까지 가계가 예금취급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은 2646억원 감소했다. 반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2%대로 떨어졌음에도 예금액 증가분은 같은 기간 22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축성 예금 금리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3.27%. 예대 금리차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벌어진 2.74%포인트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금리 하락현상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줄고 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불안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금리가 바닥을 쳤으니 앞으론 오를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고객들이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으로선 대출이 늘어야 순이자마진(NIM)이 오르는데 향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될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10월 연 7.28%로 시장금리가 최고조일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 대출 금리는 연 3.93%로 낮아졌지만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대출시장은 냉랭하다.
게다가 최근 유럽 재정 불량국인 ‘피그(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채무불이행 위험 등 불안요인의 영향으로 증시가 휘청거리자 투자자들은 직접투자를 꺼리고 있어 대출시장의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 4월 29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2월 기준 자금 단기화 비율은 19%로 2007년 5월 이후 21개월만의 최고치인 19.12%로 나타났다. 갈 곳 잃은 돈이 방황한다는 것을 수치가 입증하고 있다.
자금 단기화 비율은 금융권에 풀린 총 유동성(LF·평잔) 중 현금과 요구불 예금 등 협의통화(M1·평잔)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부동산 투자 속성, 모두 ‘옛 이야기’
주식 뿐 아니라 주택시장까지 불안감이 작용해 투자처로의 매력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두면 오른다’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을 선행한다’는 등의 과거 속설이 사라진지 오래됐다”고 평가한다. 부동산경매시장에서는 버블세븐 아파트 낙찰가 총액이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대출 규제로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10조2000억원의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수치가 지난 1월 4.82~6.12%에서 5월 4.21~5.51%로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대출수요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건설사와 금융권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미봉책을 마련했다. 주택 미분양을 해소해 중소형 건설사들의 도산을 막고, 금융권의 대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23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분양주택 입주자들의 원활한 입주를 돕기 위한 구입자금보증 특례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집값이 계속하락하고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 이런 규제완화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게 되면 투기적 가수요·부동산 버블·가계부채 부실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택 구입을 투자 목적으로 하는 수요층이 줄어들면서 대출시장도 동시에 냉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