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편지로 환자와 소통에 나선 의사가 있다. 주인공은 수도권 내 5개 병원, 직원 1,000여 명 및 의사 100여 명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관절전문병원 힘찬병원의 이수찬대표원장이다.
10년 째 환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는 이 원장이 직접 쓴 편지는 약 1만 2천 통이 넘고, 받은 답장만 해도 5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7권 정도다.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정성 어린 꽃 포장 편지부터 먼 시골의 한 촌로께서 보내 온 맞춤법 틀린 색 바랜 편지까지 환자들이 보내온 편지는 그의 소중한 보물이다.
편지 쓰는 이수찬 대표원장의 첫걸음은 1998년, 학회나 휴가 등으로 진료를 쉬게 되면 환자들이 헛걸음을 할까 우려되어 본인 휴진 일정을 참고하라는 공지형식의 편지였다. 간단한 내용의 편지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이수찬 대표원장의 작은 배려가 환자에게는 큰 감동이 된 것이다. 편지쓰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한 달에 5~10여 통 정도였지만, 얼마 되지 않아 20~30통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초반 1년 정도는 한 달 평균 30~50통을 유지하던 것이 3~5년이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손수 쓰는 편지는 한 달에 100여 통 정도, 10년의 세월을 감안해 보면 대략 총 1만 2천 통이 넘는다.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진료와 수술이 많이 줄어 그나마 괜찮지만, 중반 무렵까지는 하루 종일 수술을 한 뒤 퉁퉁 부은 손으로 편지를 쓰려면 손에 힘이 빠져 난감한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환자를 직접 떠올려가며, 혹은 답장 받은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편지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주치의가 환자에게 보내는 편지이니 병원 얘기나 의학적인 내용이 주일 것 같지만, 주로 개인적인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편지의 소재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아들들이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던 데에 대한 서운함, 세대차이 등이 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병원을 개원하거나 병원의 새로운 소식을 먼저 접한 환자들이 응원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08년 미국에 머무를 당시에는 편지 쓰는 일 중단될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은 한 달에 한번 편지 받는 일이 ‘일상의 낙(樂)’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편지 쓰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작은 배려로 시작되었던 편지가 지금은 이수찬 원장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아니었듯이 이수찬 원장은 편지 쓰는 것이 삶의 일부라 생각하고 의사를 그만 둘 때까지 계속 할 것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