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는 법안시행을 앞두고 타임오프제 구체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역할을 할 기구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월 15일까지 타임오프제도의 윤곽을 그리는 과정에 이달 30일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국회 의견 청취가 이뤄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모두 노동계 표를 인식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근면위의 결론 도출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면위 역시 논의를 매듭짓기까지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선 근면위에 보고된 노조전임자의 노동운동 시간 계산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금속노조의 경우 타임오프제 구체안이 마련되기 전인데도 이를 거부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일종의 ‘압박용 총파업 카드’를 까낸 셈이다.
이에 따라 근면위의 역할이 고난이도로 복잡해진 가운데, 책임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노사 간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정치적인 판단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이를 국회로 넘기는 게 낫다는 반론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결국 근면위가 논의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골자가 무엇이냐는 점으로 논의의 초점은 옮겨지고 있다. 노사간 대타협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선진화라는 대전제를 위해 지켜야 할 기본 틀이 무엇이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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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민주노총 홈페이지-지난해 밀실 야합의 경우 총파업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모습] | ||
노동부는 지난 2월 9일 국무회의에서 근면위가 타임오프 한도를 ‘사업이나 사업장 전체 조합원 수와 해당 업무 범위 등을 고려해 시간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하도록 규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근면위에서는 개정 노조법의 취지 따라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원칙하에 노사 공통의 이해관계 업무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타임오프의 대상과 한도를 구체화, 명확화 하여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하지만 노조가 자립시대로 이행하는 데 따른 논란이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우선 논점은 크게 세 가지다. ‘타임오프 총량’에 대한 이견이다. 둘째, 타임오프 총량을 사용할 수 있는 ‘노조 전임자의 인원 제한’ 여부, 아울러 ‘상급단체’ 파견과 관련한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한도별도 설정 여부(일명별도 인정론)다. 첫째 논점이 타임오프의 양적 측면에 대한 것이라면 뒤의 두 가지 논점은 질적인 행사 방향(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노조전임활동 일반근로자’
경영계에서는 타임오프 총량을 사용할 수 있는 자에 대한 개념 ‘명확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선 이번 노사관계법 개정에서는 주요 골자가 노조의 ‘자립’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 그간 논란이 많았던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타임오프를 통해 노조 활동 시간에 대해서는 근무 면제를 하는 것이다.
노조 우위 사업장일수록 전임자의 활동보다 사실상 일반 조합원의 유급노조활동으로 인한 근무면제 규모가 큰 경우도 많은데, 이는 그대로 인정, 방치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금지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입법자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향한 노조법 개정취지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는 우려도 온다.
이에 따라, 일반 조합원이 일정 기간 또는 일정 시간 동안 노조업무(협의, 총회, 교육 참가 등)에 전념하는 등 전임자에 사실상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이 역시도 법상 전임자로서 마땅히 타임오프제의 규율을 따라야 하고 노조에 허용된 타임오프 시간을 차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노조법 제24조 4항에서도 타임오프를 적용받는 주체는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어 이처럼 전임자 규정에 대한 문자적 의미의 집착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하도록 예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를 극히 좁은 의미의 ‘전임자’에 대하여만 적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노동부와 근면위원 일부의 자의적 해석과 책임 방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타임오프제 사용 인원 명확화 절실
또한, 타임오프 총량 시간을 활용할 사용 인원을 가급적 명확한 수로 정할 필요는 다른 문제 때문에도 주목되고 있다. 개정 노조법 시행령에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법과 시행령의 기본 정신에 따라, 총량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을 필히 정해야 하며, 규제되는 인원 또한 최소한도로 설정하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것.
예를 들어 100시간의 타임오프 시간을 100명이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1시간 동안의 파업’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별 사업장 노사 현실에서는 각종 편법과 변칙적인 전임자 인정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이 같은 병폐를 막을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상급단체 파견=타임오프 인정’ 여부도 논란
이른바 ‘상급단체 파견’에 대해서 타임오프를 인정해 줄지도 논란거리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는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한국노총 안에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본연의 노조 활동 외에도 노조의 상급단체 인원파견 활동에 대해서까지 노조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라고 하지만, 이를 쟁점화해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 등으로 사실상 상급단체 파견 인원에 대한 무제한 인정을 열어두는 셈이 돼 과연 제대로 된 노사 관리나 협의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금속노조 총파업론
이처럼 근면위 활동에 대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은 당초 법 개정 취지를 따져 보면 큰 틀에서 합의 방향이 나온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금속노조가 개정 노조법의 세부 사항을 마련하는 근면위 활동에 강한 반발을 하는 데 모자라, 아예 총파업 카드부터 제시하는 등 무시하는 처사를 보이는 데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금속노조의 행태는 오는 7월부터 새 노조법이 시행되는 것과 관계없이 기존에 노동계에서 누리던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를 거의 그대로 인정하는 효과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이번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23일 결정하는 등 노동계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천안함 침몰 이후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 준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노사관계법 세부 사항 마련에 조속히 협력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근면위의 틀 안에서 이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타임오프에 대한 이번 세부적 논의가 지난 1996년 이래 끌어온 노동법 정국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