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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하는 전임자, 그들만의 권력

[노사관계 걸림돌 뽑자 ①] 노동귀족특권 개혁과 ‘타임오프’

이용석 기자 기자  2010.04.28 09: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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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동관계법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노동운동의 새 지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에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개편 효과는 정작 ‘타임오프제’라는 또 다른 변수로 인해 상쇄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즉, 노조전임자의 고질적 문제점은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전임자 무임 원칙을 관철하는 대신 노조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내주는 제도, 즉 유급 근로시간 면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시간과 인정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최근 타임오프제 시행을 위한 갈등이 본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노조 전임자 권력 제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자료출처 금속노조 홈페이지-지난해 노조법 개정관련 금속노조 입장 밝히는 모습]  
 
◆전임자 무임화되며 ‘타임오프’ 초미 관심사

오는 7월부터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는 가운데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 등을 결정하는 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노사가 각각 제출한 타임오프 한도 요구치는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으로 양측의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 주고 있다.

한국노총은 타임오프 적용 대상을 전임자로 한정하고 활동시간 한도는 연간 시간 총량으로 정해 달라는 입장이다(1인당 연간 노조 활동 시간을 평균 2100시간으로 잡고 조합원 규모를 5단계로 나눠 최저 1050시간에서 최대 4만8300시간을 보장). 반면 경영계는 조합원 수에 따라 7단계로 구분해 최저 200시간에서 6000시간 사이에서 타임오프 총량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증가일로 노조전임자, 정작 하는 일?

물론 이렇게 타임오프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논리는 ‘노동운동에 관련한 필수 시간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간 노조전임자 등에 의해 진행돼 온 노동운동 활동(노조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본 현황자료에 따르면 그간 노동운동에 거품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노동계가 그간의 관행에 상당 부분 기대 요구하고 있는 타임오프 범위와 시간에 대한 요구 역시 거품이 있다는 추론 역시 가능한 부분이다.

지난 20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전임자 실태 조사 결과 노조업무에 필요한 전임자에 상당 부분 유휴 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면위가 보고받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사업장의 유급 노조 활동시간은 평균 4324시간이고, 노조 전임자 활동시간은 평균 1418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노조 전임자 활동시간을 주당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해 보자. 이렇게 되면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 2000시간의 70%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정된 노사관계법으로 7월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제도가 시행되면 교섭이나 노사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과 같은 노사 공통의 업무를 수행했을 때만 일한 것으로 인정(타임오프제)돼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조사 결과는 노조 전임자를 현재보다 현격히 줄여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에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간 노조 전임자 숫자는 점차 증가해 온 게 현실이라 눈길을 끈다. 즉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인력 증가 필요성이 없으면서도 전임자를 늘려왔고,  결국 ‘노는 전임자’가 양성돼 왔다는 이야기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임자 한 명당 평균 조합원 수는 1993년에는 183명이었으나 2005년 154명, 2008년에는 149명으로 줄었다. 같은 자료에서, 일본이 전임자 한 명당 조합원이 570명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우리나라 노조가 전반적으로 일을 안 하는 전임자를 양산을 눈감아 왔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타임오프에 관한 논의를 하는 와중에 이 같은 유휴 노조 관계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리백화점’ 전락

노조전임자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업무 수행으로 문제를 일으켜 왔다는 점도 타임오프 논의를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단순히 비효율일 뿐만 아니라 특권 계층을 탄생시키고, 이들이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노동운동이 왜곡된다는 우려를 낳기 때문에 노동운동에 대한 유급 인정에 불필요한 군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간 노조 활동에 대한 각종 불필요한 지원이 초래한 부작용의 인과 관계를 살펴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은 전임자 급여의 경우 조사 대상 중 83.7% 사업장에서 평소 받던 임금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지급해 온 고임금 구조로 설명했다. 특히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이면 모든 사업장에서 전임자 급여는 평균 이상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위의 노동자’ 집단의 탄생이다.

조합비 역시 상급단체 투쟁에 자금줄로 활용하는 등 노동귀족들이 그들의 리그에 사용한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예컨대, 쌍용차 불법 파업 때 현대차가 투쟁기금 1억원을 전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노조는 이런 조합비를 투쟁비 등으로 쓰거나 2007년 현대차 시무식 때 발생한 사장 폭행사건에 연루된 노조 간부 등에 대해 노조가 벌금 5000만원을 대납해 준 사례 등이 조합비 등의 사용 방향에 대한 문제 사례로 꼽힌다.

이런 한편, 노조 전임자 등 간부들은 각종 부패에 연루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돈은 많이 받는 ‘노른자위’ 자리, 특히 각종 노조 관련 권한을 행사하면서 납품이나 인사 관련 문제에도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이들 자리를 ‘노동귀족화’하고 있다.

2006년 6월에는 식당 납품 관련 금품 수수 문제로 쌍용자동차 오모 당시 노조위원장이 구속 수감된 바 있고, 그 전 해인 2005년에는 전국택시노조연맹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기금 대출 비리를 저질러 물의를 빚었다. 인천항운노조가 채용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노동귀족들의 도덕 불감증이 예비 노동자의 등을 치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무엇보다 이렇게 노동 현실과 괴리감을 조성하는 전임자가 늘면서, 이들이 각종 ‘선명성 파업’을 쉽게 주도한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인 일반 노동자들과 달리 자신들은 전임자로 급여를 받으므로 강경 투쟁을 선언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기 위한 파업 가능성에 더해 이 같은 개연성까지 합쳐진다면 우리나라 노동 운동 중 상당 부분이 너무 많은 전임자들의 존재와 이들이 낭비하는 유휴 시간 때문에 왜곡돼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올 수 있다.

◆타임오프제 범위와 한도 결정 

결국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이번 노사관계법 개정으로 이런 병폐를 수술할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데, 지나치게 모호하고 넓은 타임오프제 범위를 허용하면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타임오프제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명확하고 엄격한 적용 역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임자들의 노조 업무에 관한 상한선을 명확히 해 ‘노동귀족’을 원래 의미의 노조 지도자로 돌려놓을 필요가 제기되기 위해서는 타임오프제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는 가운데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 등을 결정하는 노동계와 경영계 간 논쟁은 그래서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양측 의견 대립을 감안하면 4월 말까지 근면위에서의 타협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논의가 달을 넘길 가능성, 즉 최종 시한인 5월 15일 국회의 의견 청취를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타임오프 자체를 불필요하게 광범위로 정하지 않는 한편, 타임오프를 사용할 수 있는 노조전임자 수를 줄이는 등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되면 노조가 뒷거래 관행이나 불필요한 투쟁 일변도 행보 등에서 벗어나 오히려 본래의 조합원 권익 보호에 충실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천안함 사고 등으로 정치적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야 지난 문민정부의 노동법 개정 파동 이래 우리 사회가 치러온 기회비용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노사 간 대타협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