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문만큼 무서운 게 없다. 대부분 믿기 힘들지만 일단 돌았다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게 ‘소문’이다. 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궁금하다→그럴 수 있겠다→주변에 알려야겠다→남들도 아는 지 확인해봐야겠다’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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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지영 기자> | ||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만, 상당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또는 ‘아니면 말고’ 식이다.
며칠 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4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께 C그룹 관계자로부터 메신저 쪽지 한통이 날아왔다. 쪽지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기자님, 혹시 그 소문 들으셨어요? 저도 들은 얘긴데 ○○○이(가) △△△(재력가) 아이를 임신 했데요.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던데요. 임신 사실을 안 남자친구가 떼자고 했지만 ○○○이 그냥 낳겠다고 했데요. ○○○이 MC를 맡고 있는 □□□(방송프로그램)도 개편에 맞춰 교체한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방영되고 있는 건 미리 녹화해 둔 거래요. 현재 ○○○은(는) 미국에 가 있는 데 거기서 아이를 낳고 올 모양인가 봐요. 못해도 1년 가까이 방송서 보긴 힘들지 싶어요.”
여기서 ‘사실’로 밝혀진 건 거의 없다. 고작 ○○○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것 정도다. 게다가 ‘돈벌이도 쏠쏠한 그녀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 같은 유부남이랑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예의 관계자는 “에이~, 그래도 (△△△이) 뼈대 있는 재력가 집안이잖아요”란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보자. ‘이름 석 자만 대면 대한민국 국민 열이면 열 다 아는 재력가가 왜 하필 미모가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몸매가 빼어나지도 않은 ○○○과(와) 구설수에 올랐을까. 그것도 예민한 이 시기에 말이다.’
일일이 따지다 보면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지없이 ‘아니 땐 굴뚝’ 타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인사와 톱스타 간 스캔들은 오래전부터 쭉 있어왔다. 그중엔 사실로 드러난 것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 서승희(본명 서미경) 씨다. 아역탤런트 출신인 서미경 씨가 롯데와 처음 연을 맺은 건 1977년, 안양예고 재학시절 때다. 제1회 ‘미스롯데’로 뽑힌 그녀는 국내 제일의 ‘얼짱’으로 공인 받았다.
롯데제과 CF모델로 활동하면서 영화 ‘방년 18세’ ‘단둘이서’ 등에 출연한 그녀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를 두고 한 방송관계자는 “당시 서 씨의 인기는 지금의 문근영에 버금갔다. 모든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당대 최고의 아이돌스타였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녀가 1980년대 초 모든 걸 버리고 돌연 해외유학길에 올랐다.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 씨 간 ‘믿지 못할 루머’가 돈 것도 이때부터다. 방송계는 물론 재계서도 ‘두 사람 사이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떠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소문’이 ‘사실’로 입증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소문으로 맴돌던 그녀의 행적이 공식 확인된 건 1988년에 이르러서다.
그해 8월, 신 회장과 서미경 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두고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이 벌어졌다. 이 소송은 같은 해 9월 확정됐고, 딸 유미 씨는 태어난 지 5년 만에 드디어 부친의 호적에 입적될 수 있었다.
또 2006년 1월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의 ‘서녀’들이 100억원대 유산분배 소송을 내면서 재계가 발칵 뒤집었다. 유산배분 과정에서 다른 자녀들에 비해 덜 받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자매의 어머니이자 정주영 명예회장의 애첩인 D 씨는 1970년대 드라마 단역 배우 출신으로 알려졌다.
당시 열아홉 살이던 D 씨가 정 명예회장을 처음 만난 건 서울 종로구 청운동 비밀요정에서였다. 두 사람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한 건 D 씨가 정 명예회장의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다.
이후 D 씨는 남들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두 살 터울의 두 딸을 낳았다. 모녀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01년 3월.
자매는 현대가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전자(DNA)검사를 통해 이들을 친딸로 인정했다. 이 판결로 자매는 정 명예회장 호적에 오를 수 있었으며, 유산도 물려받았다. 당시 두 자매는 각각 50억원씩 유산 분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두 자매는 2006년 1월 다시 현대가를 상대로 유산분배 소송을 내고 추가로 100억원을 요구했다.
결국, 두 자매는 법원의 조정을 거쳐 각각 20억원씩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재 어머니와 미국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쉽사리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선례 때문이다.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결국 사실로 밝혀졌잖아.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니겠어?’라고 묻는다면 기자는 짧고 굵게 답하겠다.
‘응, 아니겠어.’
앞서 밝힌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다. 수천수만 개 유언비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쩌다 운 좋게 ‘얻어걸린 게’ 앞서 말한 두어 건이 전부다.
‘무심코 던진 돌에 애꿎은 개구리 맞아죽는다’고 했다. 언제 어느 때 내 자신이 ‘개구리’ 신세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문득 ‘개구리’가 된 나를 상상해봤다. 내가 루머 속 주인공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