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마트주유소와 기존 주유업계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농협하나로마트 등에 등장한 주유소는 소비자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기름값이 더 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농협은 이 같은 호응을 업고 주유시설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하지만 주유업계는 이들 마트와 농협의 주유업 진출이 못마땅하다. ‘밥그릇 다툼 아니냐’는 비난 섞인 시선을 감수하면서도 ‘우리도 할 말 많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와 농협의 입장 △주유업계의 하소연과 속내 △양자 간 상생 가능성 여부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대형할인마트가 주유소들과 경쟁하는 순간까지는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유소가 도태되고 나면 경쟁자가 없어진 대형할인마트의 주유소들은 그 때부터 서비스차원이 아닌 수익차원의 경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농협과의 주유소 사업 진출에 대해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도태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단순히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구체적 논의 없인 공존 불가능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농협의 주유소 사업 진출이 주유업계와 지자체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유업계는 주유소 판매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는 이들과의 공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불공정한 경쟁에서 생존을 모색하기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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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와 농협의 주유소 시장 진출로 주유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주유소의 모습. |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마트주유소가 평균 리터당 80~90원 정도 싸게 팔고 있는데 다른 주유소들은 이 가격에 사서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처럼 똑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늘(22일)도 구미에서 4~5곳이 문을 닫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상당수 주유소 업주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더 이상 장사를 해도 예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구미지역에서는 이 문제로 고민하던 끝에 자살을 한 업주도 있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는 “인근 주유소들과 함께 영업을 잘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형마트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주유소협회는 최근 해외시장 정보지에 보도된 내용을 인용, 서민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주유소 시장은 대형마트 진출 후 4만2000개 주유소 중 2만8000개 이상 주유소가 문을 닫아 지난 2005년 기준 약 1만5000개의 주유소만이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대형마트는 2002년 시장점유율이 55.8%까지 상승하자 가격인하라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 석유류 마진극대화 위주로 변경했다. 이후 2005년 시장점유율이 48%대로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마진위주의 경영전략을 유지, 프랑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협회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고 차가 막히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기름을 넣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 주유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주유소뿐 아니라 슈퍼마켓, 재래시장, 서점 등 주변 소상공인들의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경제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악순환 초래할 것”
대형마트 주유소 사업 진출로 인한 판매가격 인하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유소협회는 오피넷을 토대로 지난 2008년 5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전국 평균가격 대비 경기 용인시 이마트 구성점 주유소가 위치한 용인시 판매가격 변동비율을 조사한 결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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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한국주유소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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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한국주유소협회. |
이에 주유업계는 현재 정부의 정책이 기름값 안정에만 매달린 나머지 지역경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당초 정부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석유제품 수입을 통한 프랜차이즈 형태로 공급자간 경쟁유도를 위해 도입된 정책었지만 대형마트들이 국내 정유사와 제휴를 통해 추진하면서 공급자간 경쟁이 아닌 소매업자간 경쟁만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 및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주유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소한의 마진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매장의 미끼상품 수준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 주유소 사업이 주유업계, 소비자, 지역경제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