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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건설업계 군살빼기 돌입

질좋은 공공물량에 경쟁력 약화… “적자·부실시공 우려”

배경환 기자 기자  2010.04.13 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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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건설사들이 군살빼기에 돌입하고 있다. 민간물량을 위축시키는 질 좋은 공공물량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최소한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필요없는 부분을 덜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분양계획은 물론 조직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 경험이 많지만 나이가 많아 본사로 이동한 임원들이 다시 현장으로 나가는가 하면 현장 경험이 전무한 본사 직원들도 현장으로 투입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침체때마다 ‘인원감축·부서이동’

이러한 모습은 주택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루트를 갖춘 대형사보다는 중형건설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해외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혹은 공공발주 공사에도 눈을 돌릴 수 있다”며 “국내 주택사업을 통해 나오는 매출액이 회사 연 매출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 시장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침체를)처음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 회사 자체적으로 추진되는 방법이 원가절감을 비롯한 경비를 줄이는 것”이라며 “결국 인원감축이나 부서축소로 이어지고 남은 인원들은 미분양을 팔거나 입주를 독려하는 일을 하게된다”고 밝혔다.

또다른 중견건설사는 최근 해외영업부서를 당분간 없애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연초 계획에 따른다면 해외사업 비중은 30% 이상으로 점점 늘어야하지만 지금 시장으로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힘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인원으로 줄이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며 ”해당 인원들은 아마 사업장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우리도 힘들다”

대형사들 역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덩치가 큰 만큼 손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시장도 물론 (경쟁이)심각하지만 해외 역시 만만치않다”며 “해외에서는 실적좋은 외국 건설사는 물론 국내 대형사들하고도 싸워야하기 때문에 국내때보다 더 많은 인원과 경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수주에 실패할 경우, 그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과 시간 등은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대규모 미분양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언급했다.

최근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급격히 낮아진 낙찰률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한 몫 거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주된 4대강 턴키사업에서는 낙찰률이 예산대비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주현장도 등장했다.

적자시공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도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과 시장금리 인상으로 사업제안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며 “공사비 보전이 쉽지 않고 자금조달마저 어려워 사업추진이 힘든 곳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경쟁→적자시공→부실시공

건설업계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제도 개선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가격 위주의 출혈 경쟁을 지양하는 등 선별적인 수주전략을 펼쳐야한다는 이야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공공 건설 투자의 경기부양’ 자료에 따르면 한 건설업체는 최근 급증하는 공공공사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사내펀드를 조성하고 필요에 따라 저가 경쟁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결국 모든 건설업체가 공공공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한 것이다.

적자시공이 부실시공이나 안전문제소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부에서 전국 884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관리 점검에서 96%에 달하는 847개 업체가 안전조치를 위반했다. 직원에게 월급을 줄 만큼 수익률을 계산해 공사를 수주하는 실정에서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 건설업체의 입장인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장철기 연구원은 “가격위주의 무리한 출혈 경쟁은 건설업계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업체간 물량 배분을 위한 투쟁에 휘말리기 보다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