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A등급 업체도 실려가는 상황인데… 일단 미분양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입니다”(중견건설업체 A사 관계자)
“분양시장이 좋지 않은 건 맞는데, 그렇다고 썩은 사과는 빨리 골라내야한다는 등 각종 위기론까지 들먹이며 채권은행을 긴장하게 하는 건 건설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네요”(중견건설업체 B사 관계자)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적인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견건설업체들의 위기론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 초 시공능력순위 58위인 성원건설이 퇴출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달에는 35위인 남양건설 그리고 48위인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 마저 위기를 맞으며 다른 중견건설사들도 잔뜩 위축된 모습이다.
◆건설업계 위기론, 현실로?
![]() |
그러나 지난 2월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미분양 감소세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F대출 위기론 역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성원건설의 경우, 2009년 12월 25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지만 결국 퇴출 판정을 받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성원건설이 제 1,2금융권 등에 걸려있는 채무만 약 2200억원이며 PF보증채무는 1조108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신용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남양건설도 이달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건설은 최근 들어 PF추진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사업이 지연돼 결국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규모는 약 83조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 PF대출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증가세는 다소 줄었지만 이와 함께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PF대출 연체율은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6.3%대에 도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공능력순위 48위인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이 8년만에 다시 워크아웃으로 돌아선 것도 ‘건설업 위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미분양과 송도사업의 불확실성이라는 점, 여기에 이 회사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약간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등급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받은 건설사들도 지금의 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무리한 PF추진과 쌓여있는 미분양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리를 하지 않은 점 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언젠가는 팔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업에만 집중하는 건설사들의 경영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위기… “정말 위기인거 같아서”
반면 현재의 위기론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는 건설업 위기론으로 계약자들은 물론 하청업체 관계자들까지 ‘이 회사는 안전하냐’는 등의 문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얼마 전 투자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곤욕을 치렀다. 이 관계자는 “이들 투자자들은 최근 불거진 자사의 위기론을 직접 점검하러 온 것”이라며 “충분한 설명을 한 뒤에야 돌아갔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건설업계 위기론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건설업계를 ‘위기업종’, ‘요주의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 A은행에서 여신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 위기론 지적이 점점 늘어나 추가 여신에 대한 심사기준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업계를 더욱 벼랑끝으로 몰고 간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건설사에 추가 여신을 해주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일부 업체에서 불거진 사태를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사태로 오해해 안전한 업체들까지 여신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직은 괜찮다?… 일단 위기로 인식
한편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나마 경영상태가 양호한 건설사들도 위기를 직감, 각종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 위치한 A건설사는 ‘각종 마케팅과 본사 직원들을 동원한 미분양 털기’를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 유동성이나 미분양으로 인해 압박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큰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분양보다는 미분양 털기에 힘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형건설사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다른 중견사들처럼 미분양 털기에 집중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지적되고 있는 ‘입주율’ 올리기에 한창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A사 관계자는 “주택부문 이외에도 다른 창고(토목 등)가 있어 큰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PF에 걸린 이자를 생각해 중도금, 잔금 처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안내문을 보내거나 사전점검 이후 철저한 AS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기존 주택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매매도우미를 붙혀준다거나 잔금문제를 돕기위한 금액도우미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