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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기업서 재계 12위로 우뚝

[50대기업 대해부] STX그룹①… 태동과 성장

박지영 기자 기자  2010.04.06 1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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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기업 대해부] 이번 회에는 현대산업개발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2010년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게 매우 뜻 깊은 해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 오늘날의 STX로 키우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10년이란 짧은 기간 내 STX그룹은 10여개 계열사를 둔 ‘준재벌기업(재계 12위)’으로 우뚝 섰다. 강덕수 회장을 두고 ‘샐러리맨의 신화’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탓이다.   

◆제2의 창업… 새로운 10년

“나는 지금도 스스로를 주류라 생각지 않는다. 나와 회사 모두 비주류에 속해 있다. 재산이 많아서, 학벌이 좋아서, 회사가 처음부터 튼실해서 성장한 것도 아니다. 단지 약점을 약점이라 생각지 않고 도전했을 뿐이다.”

강덕수 회장이 몇 해 전 대학 강연 때 한 말이다.

   
 
1973년 쌍용그룹에 입사한 후 30년 가까이 샐러리맨으로 살던 강 회장은 21세기 들어 화려하게 변신한다. 2000년 외환위기 때 일이다.

그해 3월 정부가 52개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강덕수 회장이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쌍용중공업도 여기에 포함됐다. 일거리가 떨어지면서 공장은 마비가 됐다.

은행에 돈을 꾸기 위해선 최고경영자(CEO) 보증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는 이미 회사를 버린 상태였다. 강 회장은 하는 수 없이 CEO 대신 서명을 했다. 회사가 망하면 360억원을 대신 물어야할 판이었다.

그때 강 회장의 나이 쉰 살. 모험을 감행하기엔 늦은 나이였지만 강 회장은 밀어붙이기로 했다. 결심이 서자 강 회장은 가족들과 동해안으로 여행을 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가족을 데리고 정동진으로 가서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큰딸에게 ‘아버지가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막내 동생의 공부를 부탁한다’고 했다. 죽기 살기로 회사를 살려야 했다. 그렇게 CEO를 맡아 2001년 5월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STX를 출범시켰다”고 회고했다.

강 회장은 2001년 2월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1000주)를 기반으로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갖고 있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와 살던 집도 팔았다. 거처는 전셋집으로 옮겼다.

CFO로 있으면서 받은 자사주 140만주도 큰 힘이 됐다. 이렇게 해서 모은 20억원으로 그는 쌍용중공업 지분 14.4%를 샀고,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회사 이름도 싹 바꿨다. 대대적 기업이미지 통합(CI)을 위해 사명도 ‘STX(System Technology eXcellence)’라 변경했다.

◆기업사냥으로 세 늘려

   
▲강덕수 STX그룹 회장
강 회장은 여세를 몰아 M&A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뀌면서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강 회장 눈에는 달리 보였다.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쌍용중공업과 대동조선을 하나로 묶을 경우 시너지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 한번 결정이 내려지자 과감한 베팅이 이어졌다. 경쟁사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1000억원을 써 내 대동조선을 품에 안았다.

두 번째 먹잇감은 산단에너지, 현 STX에너지였다. 강 회장은 그때 든 500억원을 STX조선해양 증자 대금으로 충당했다. 

STX그룹 M&A사상 가장 하이라이트는 단연 2007년 범양상선 인수였다. 범양상선의 매출은 당시 STX그룹 전체 매출과 맞먹는 규모였다.

강 회장의 기업사냥은 그칠 줄 몰랐다. 설립된 지 10년도 채 안 된 2007년 STX는 아커야즈(현 STX유럽)을 인수,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회사를 집어삼켰다. 해외 조선업계가 강 회장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렇게 꾸려진 STX그룹은 극적인 성장사를 써 내려갔다. 쌍용중공업 시절 2000억원을 겨우 웃돌던 매출액은 불과 10년 만에 매출 30조원, 수주규모 38조원의 글로벌 종합조선그룹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STX그룹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입장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STX는 각 사업부문별 핵심사업 개발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개발형 사업(Biz Developing)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 2010년 경영목표인 수주 33조원,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반드시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