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단순했다. 탁상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결과물은 시민을 위한 것도, 정유업계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최근 서울시 주유소 폴사인 설치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를 추진한 서울시의 입장을 듣고 난 후 내린 이 같은 결론은 쉽게 지워지질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서울시의 옥외광고물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명분으로 시 간판 설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자체에 통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간판의 상향평준화”를 내세우며 “타 업소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똑같은 수의 간판설치로 도시미관도 살리고 불필요한 옥외광고물을 없애는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시민들의 이용하는데 조금이라도 불편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라든지, 타 지역에서 차를 타고 낯선 곳에 온 운전자들의 시인성 확보 및 안전운행 여부 등 기타 불편 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꼼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흔적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1000만대 시대에 주유소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에 주유소는 달리는 자동차가 멀리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간판을 설치, 사전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 브랜드 선택권, 운전자 주행안전성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 시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우리생활에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시설물이 주유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 약국 등 필요한 시설물은 많다. 이들 시설물 역시 지자체 허가를 받으면 추가로 간판을 더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주유소는 현재 이들 시설물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
지자체마다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 주유소의 모든 폴사인 철거를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신규 설립만큼은 허가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가 있기도 하다. 주유소가 속한 지자체에 따라 폴사인의 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유소업자의 입장도 외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유소를 상대로 권력을 남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의 주유소 모델은 선진국의 표준화된 주유소 모델과 똑같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미 주유소는 자체적으로 외관 통일성을 이뤄냈다. 단순히 불필요해 보인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일부 주유소가 이처럼 간판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더 많이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는 바로 이런 주유소를 찾아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점에서 주유소 통일성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주유소가 가지고 있던 통일된 모델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철거하는데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정유업계는 “시가 폴사인 철거에 드는 비용도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시가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간판의 수준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주유소가 공무원들의 실적 올리기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