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기업 완벽 대해부] 이번 회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국내 종합생활 유통서비스 업체 매출 2위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일찌감치 바통을 이어받아 유통 대가로 이끌었다.
정 명예회장은 철저한 보수주의 체질로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데다 처음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형제들에 비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아 마치 뒤에 숨어 활동을 안 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 최고 경영자(CEO)들이 소신껏 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한편 거의 매일같이 모든 매장을 둘러보곤 하면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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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이 같은 정 명예회장의 조용한 성향을 정지선 현 회장도 이어 받았다. 정 회장은 속을 잘 드러내지 않아 항상 베일에 쌓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36세의 나이에 현대백화점의 ‘어린 수장’에 오른 그에 대해 세간에선 조용한 성격의 경영 스타일로 인수합병(M&A)조차도 최근 공격적 경영으로 박차를 가하는 신세계와 롯데에 3세 경영에 비해 지나치게 조심스런 접근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소 소극적인 그의 모습이 경쟁에서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1974년 당시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던 현대백화점은 창립 38주년이 되는 지난해 말 자산총액 2조6381억5800만원, 지난 3월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33위의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해 현재 유통업계 순위 2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주로 백화점 사업부문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반면, 차남 정교선 현대백화점 사장은 현대H&S을 비롯한 비유통부문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
◆현대건설 현장에 잡화 공급․지원으로 시작
현대백화점의 모태는 1971년 6월 15일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주)에서 출발한다. 1971년 설립해 강릉 동해관광호텔을 개관하고, 1977년에 현대쇼핑센터를 개점했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1974년 서울 강남권 개발이 시작될 무렵 현대의 백화점 사업을 앞장서 지휘했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을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에 6개의 금강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작은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현대백화점이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지으면서다.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은 황량한 벌판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는 압구정동에 백화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끈질기게 설득했다. 당시 그는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을 수차례 찾아가 사업보고서를 내보이는 고집어린 집념을 보였고, 평상시와 다른 아들의 모습에 사업 참여 결심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현대백화점은 1989년에 기업공개를, 1995년에 도매물류업체인 한국물류(주)를 인수하는 등 경영다각화를 추진함으로써 본격적인 유통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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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
현대백화점을 이끌었던 정몽근 명예회장의 경영 일면을 볼 수 있는 것은 단연 1997년 외환위기 시절을 꼽는다. 당시 다른 유통업체들이 급작스런 경기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신규출점을 주저할 때 정 명예회장은 거꾸로 해외 직접 진출 1호점인 러시아의 호텔현대 VBC(블라디보스토크 비즈니스센터)를 개관했다.
또한 1998년에는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 전략을 폈다. 이 전략은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두 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켜 적용했다. 이어 서울 천호점도 오픈했다.
당시에는 유통 전반적인 시대적 흐름에 거스르는 정 명예회장의 마뜩찮은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된 것이다.
1999년 4월 들어선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을 분리해 2000년 4월 금강개발산업(주)에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이때부터 백화점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삼아 유통사업과 인터넷사업에 진출을 확대했다. 2001년 호텔현대와 현대홈쇼핑을 설립해 명실 공히 롯데, 신세계와 함께 국내 3대 유통명가로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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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인터넷쇼핑몰 영업부문을 현대홈쇼핑으로 양도했고, 2005년 (주)CCS, (주)충북방송을 인수했다.
2006년들어 정몽근 현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동시에 두 아들에게 후계 구도를 물려줌으로써 ‘현대백화점 2세대 경영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에 이른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과 현대홈쇼핑, 종합유선방송(SO) 중심의 온라인 유통을 아우르는 대형 유통그룹으로 변모했다. 현대백화점을 비롯, 한무쇼핑ㆍ현대쇼핑ㆍ현대DSF 등 백화점 부문 4개 법인과 현대H&S, 현대홈쇼핑, 현대푸드시스템 등 29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 만 35세의 ‘어린 수장’ 아직은… 전문경영체제로 보완
2007년 12월 16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새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72년생인 정지선 회장은 2003년 1월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5년이 되는 2008년 1월 만 35세의 어린 나이로 그룹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은 30세에 현대백화점 기획 관리담당 부사장, 31세에 현대백화점그룹 총괄부회장, 34세에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거쳐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 초고속 승진했다. 2001년 현대백화점 임원으로 입사한 후 평균 24개월마다 승진한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눈여겨볼 특이사항은 30여개 계열사를 지닌 현대백화점그룹이 아직은 미숙한 30대 젊은 오너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전문 경영인 체제 구도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청호 현대 그룹백화점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병호·민영동 사장 등이 전문경영인 그룹 대열에 서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7년 정지선 총괄부회장이 회장직으로 승진된 인사에서 총 16명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이때 하병호 현대홈쇼핑 부사장이 현대백화점 사장으로 기용돼 정지선 회장과 함께 백화점 사업을 책임지게 됐고, 이를 보좌할 전무 2명, 상무갑 4명, 상무을 4명, 상무보 4명을 각각 승진시켰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과 경청호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총괄하는 구도다. 여기에 주력사업인 백화점 부문은 정 회장, 경 부회장, 하병호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홈쇼핑은 정교선·민형동 공동 대표가 맡는 체제다. 한편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교선 사장은 홈쇼핑 계열을 맡고 있다.
다음호에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지분구조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