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유소와 충전소가 폴사인(주유소 앞 기둥을 이용해 세운 간판) 철거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서울시의 주유소 폴사인 규제 강화에 주유업계와 충전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폴사인 철거 시행을 눈앞에 두고 주유소와 법정공방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마찰이 자주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석유협회, 주유업계,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08년 옥외광고물 설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 시행에 들어갔다. 시는 간판설치의 미관 등을 고려,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취지 아래 1업소 1간판을 원칙으로 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약국 등 일부 업소는 특정업소를 표시하는 간판의 설치가 불가피하다. 이에 시는 권역에 상관없이 1업소당 3개 이내로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고 각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시 관계자는 “주유소나 충전소는 다른 업소에 비해 간판이 너무 많다”며 “이미 캐노피(주유소의 주유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 지붕과 같이 건물의 벽체에서 바깥쪽으로 지붕을 연장하고 기둥을 설치한 구조) 3개면에 걸쳐 간판을 설치했고 더 허용하는 것은 다른 업소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시는 캐노피 각 면을 간판 1개로 규정, 각 면을 연결해서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캐노피 밑의 간판은 설치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유소나 충전소 입장에서도 간판 설치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폴사인도 2008년부터 신규 설치를 불허했을 뿐이고 철거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구별로 다르긴 하지만 기존 설치된 폴 사인은 계속 이용할 수 있고 앞으로 신규 설치도 별도의 심의를 거쳐 가능하도록 했다”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업소당 간판 3개 이내 설치 원칙
이에 석유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설치된 것도 3년에 한 번씩 각 구청에 신고를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내주지 않는 곳은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허가를 내주지도 않아 더욱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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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습이 그렇게 싫은가요?" 주유소 폴 사인 철거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자체마다 뚜렷한 허가 기준도 달라 지역별 형평성과 주유소 외관 통일성 등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모 지역 SK 충전소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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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폴사인은 시인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단순한 옥외광고물로 치부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설치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만 철거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유업계와 충전업계, 정유업계는 캐노피 밑의 주유소 상호 간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폴(상표)을 보고 주유소라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주유소 고유 이름은 없다”며 “주유소의 고유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서울시 주장을 일축했다.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었다. 특히 강남구는 모든 주유소와 충전소에 기존 설치된 폴 사인 설치를 금지하고 있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3년 만기가 된 주유소 폴 사인은 더 이상 연장해 주지 않고 있다”며 “올해 말이면 모든 주유소의 폴사인 허가가 만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올해 말 구내 54개의 전 주유소와 충전소의 폴사인 허가가 만료되면 이후 철거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다.
취재 결과 강남구는 현재 이 지역 A 업소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개월 전 A 업소가 구에 폴사인 허가 신청을 했는데 구가 이를 불허한 것. 이에 A 업소 업주는 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강남구는 일단 폴사인 사용만을 불허하고 있고 철거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강남구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부터 시작했다”며 “예전에 12개를 철거했는데 그 결과 2007년 7월과 9월 관련 교통사고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개연성은 있겠지만 사고가 난 근본적인 원인은 과속으로 보인다”며 “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반면, 구로구는 지속적으로 허가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일단 캐노피 3개면을 다 이용하면 더 이상 신규 설치는 안 된다”고 말한 뒤 “하지만 기존 설치된 것은 안내문을 발송해 신고하면 허가를 해주고 있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주유소는 다른 업소와는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준이 그렇게 됐다”며 “일단 허가를 해주고 있어 불법설치물은 아니지만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고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 지역으로 확대 서울에서 시작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인접 지역으로 번지고 있었다. 안양시는 지난해부터 주유소 폴사인 설치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시는 주행 중 인접도로에서 캐노피가 보이면 폴사인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캐노피가 보이면 폴사인 설치는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기존에 설치된 폴사인 역시 이 같은 사항을 중심으로 철거대상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철거 대상 역시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는 하고 있기는 하다”며 서울시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얘기하면서도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벤치마킹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자체 별로 다른 상황이 연출됨과 동시에 지역별 형평성, 주유소 외관 통일성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각 구에서 행사하고 있는 옥외광고물 설치 권한을 시로 가져온다는 내용의 관련 법규가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앞으로 시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면 큰 문제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주유소가 선진국형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주유소도 일반 업소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