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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부회장 체면 회복할까?

과도한 M&A…과거 줄줄이 실패 전례 ‘소화불량’ 우려

박지영 기자 기자  2010.03.26 09: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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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 건너던 롯데그룹이 요즘 들어 ‘기업사냥’에 부쩍 맛을 들인 모양새다. 실제 롯데그룹은 2008년 중순 네덜란드 대표 초콜릿기업 ‘길리안’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 2년 새 약 4조원을 들여 총 10여개 기업을 먹어치웠다. 무서운 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알아봤다.


재계의 시선이 온통 롯데 차기사령관 신동빈 부회장을 향해 쏠려있다. 신동빈 부회장의 ‘왕성한 식욕’이 재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신동빈 부회장이 이끄는 롯데는 최근 2년 간 약 4조원을 들여 총 10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신동빈 부회장이 M&A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08년 즈음이다. 신 부회장은 그해 8월 네덜란드 대표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1700억원에 사들이며 포문을 열었다. 길리안은 이탈리아 페레로 로셰, 스위스 린트와 함께 세계 3대 명품초콜릿으로 꼽힌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신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19개점, 약 3900억원)를 품에 안으며 해외 M&A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M&A에 ‘맛’을 들인 신 부회장은 국내기업에도 군침을 흘렸다. 신 부회장은 롯데카드 등을 앞세워 코스모투자자문 지분 21%(629억원)를 손에 넣으며 이 회사 2대 최대주주로 우뚝 섰다.
  
◆보수경영 접고 ‘무한 공격경영’

   
<사진설명=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그룹 본사 사옥>
신 부회장의 ‘기업사냥’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잔뜩 몸을 움츠렸을 때 신 부회장은 오히려 세를 확장했다.

2009년 1월 신 부회장은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소주업체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BG)를 5030억원에 사들이며 M&A계 큰손으로 거듭났다.

주춤했던 기업 인수·합병은 지난해 연말께 집중됐다. 신 부회장은 그해 9월 ㈜마이비 지분 54.09%를 603억원에 매입하며 신사업 진출을 꾀했다. ㈜마이비는 교통카드서비스를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신 부회장의 공격성은 이쯤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이비 최대주주로 우뚝 선지 딱 한 달만인 그해 10월 제과업체 ㈜기린을 799억원에 먹어치우며 M&A계 우량아로 거듭 태어났다. 이어 그해 12월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 65개점을 7300억원에 사들이며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기업 인수·합병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올 1월 신 부회장은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2740억원에 인수, 업계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애초 편의점 업계에서는 바이더웨이의 새 주인으로 GS그룹을 꼽았었다. GS그룹이 백화점·마트를 판 돈으로 바이더웨이를 인수, ‘훼미리마트’를 제치고 편의점 매장수 1위로 등극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기 때문이다.

한편, 재계 시선이 신 부회장에 쏠린 이윤 따로 있다. 누가 뭐래도 GS백화점과 마트 인수가 주요했다. 신 부회장은 올 2월 GS백화점 3개점과 GS마트 14개점 지분 전량을 각각 5700억원과 77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액 1조3400억원은 롯데그룹 M&A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다.

이렇게 해서 지난 2년간 신 부회장이 ‘기업사냥’에 쏟아 부은 자금은 무려 3조4869억원. 이는 굵직굵직한 국내 M&A매물 대부분을 ‘싹쓸이’한 수준이다.

신 부회장의 공격 행보에 재계는 자칫 놀란 눈치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보여 왔던 기업문화와 사뭇 달랐던 탓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M&A시장에서 ‘돌다리만 두드리다’ 항상 기회를 놓쳐왔다. 그만큼 신규 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롯데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중견그룹의 한 임원은 “신세계의 공격경영에 비해 롯데는 조심성이 지나쳤다”며 “롯데가 그동안 ‘규모에 비해 통이 작다’는 얘길 들어왔던 것도 다 지나친 조심성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손 댄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선 “신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회장에게 제대로 한방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 부회장은 1997년 그룹 부회장에 오른 직후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낭패해 경영능력 부재란 오명을 쓰고 있다. 

신 부회장의 첫 ‘실패작’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다. 1994년 롯데에 인수된 ‘세븐일레븐’은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도래해 있다. 2000년 뛰어든 에스프레소커피 ‘자바커피’ 체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뛰어드는 사업마다 줄줄이 실패로 연결되자 신 부회장의 사업 역량은 물론 상황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무리하게 사업으로 연결시켜 실패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생활잡화숍 ‘무인양품’(무지)과 저가 캐쥬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도입이다.

신 부회장이 직접 제안해 국내에 들여온 무인양품은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입점돼 있지만 고가 시비에 휘말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신 부회장의 ‘낡은’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신 부회장이 일본 체류 시절 즐겨 입던 ‘일본의 국민복’ 유니클로를 2005년 처음 들여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에 앞서 2004년 12월 오픈한 ‘크리스피 크림도넛’ 역시 미국 유학시절 신 부회장이 즐겨먹던 도넛을 사업으로 연결시킨 사례다. 이 또한 실패작이긴 매한가지다. 

이에 따라 재계는 롯데의 몸집 부풀리기를 부정적 시각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재계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의 매출부진을 꼽았다.

실제 우리홈쇼핑은 신 부회장이 본격 손을 댄 2007년부터 매출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2006년 546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07년 들어 393억원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신 부회장의 체면 구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우리홈쇼핑 실적이 점점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 부회장의 자질론이 불거진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이 이뤄놓은 사업을 확장, 롯데그룹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신 회장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임을 완벽하게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