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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다림 미학' 잊은 석유공사 사장

이철현 기자 기자  2010.03.23 08: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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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렇게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이 지난해 9월 “이라크 바지안 광구 시추 결과를 크리스마스 전후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과 관련, 당장 유전개발에 큰 성과를 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지안 광구는 지난해 12억5000만배럴의 탐사매장량 결과가 나오자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0억배럴을 넘는 대형유전인 만큼 관심도 많았고 기대감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강 사장 역시 시추를 앞두고 이 같은 기대감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 사장의 발언은 ‘아니면 말고’식의 발언으로 끝났다. 당초 예상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중하지 못했던 석유개발 공기업 사장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흔히 유가와 주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만큼 어렵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바로 자원개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원개발의 성공확률은 보통 5% 정도의 매우 낮은 편으로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 사업이다. 강 사장 역시 이 같은 사항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강 사장의 자신감 있는 발언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솔깃하게 할 것이고 이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강 사장이 중동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밝힌 가운데 좋은 결과를 주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공사 사장이라면 기본적으로 언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구체적인 발언보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긍정적인 요소가 있어 결과가 좋게 나타날 것이란 예측을 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만 안겨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석유공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말이다.

특히 바지안 광구는 국내외 석유개발에 나선 이래 가장 큰 규모라는 점에서 집중조명을 받고 있었던 곳이다. 이를 잊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오해는 하지 말도록 발언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해외에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형유전 발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당연히 관심도 지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에 기대감을 부추기는 발언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을 잊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