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보증시장을 개방하면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부실업체도 걸러낼 수 있고, 덤핑도 막을 수 있다”
“보증기능과
시장기능의 본질을 분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성 약화와 서민·중소기업 보증의 위축, 나아가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건설보증시장 개방을 둘러싼 정부와 관련업계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고, 조합측은 한미FTA의 미국과 손보사들의 입김에 정부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민노당 심상정 의원과 사무금융노동조합 연맹 주관으로 ‘보증보험 개방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역시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였다.
◆개방시 시장효율성 증대된다
정부측 패널로 나선 이성구 총리실 규제개혁단 국장은 기조발언에서 “시장개방의 기본취지는 건설 입·낙찰 시스템만으로 건설공사 관련 덤핑수주 및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건설보증을 통한 시장스크린 기능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며 “개방을 통해 이러한 기능이 활성화되면 보증기관의 상품개발능력이나 소비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공급기능이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보증 정우동 전무는 “시장개방은 일부 대형 손보사의 지속적인 제안로비로 개방에 따른 실질적 효과분석도 없이 규제개혁 차원에서 채택된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또 “손해보험시장의 1% 수준인 보증보험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대형 손보사가 추구하는 것은 보증보험시장 진출을 통한 추가 이윤창출이 아니라 손해보험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손보사의 이 같은 목표추구과정에서 보증보험시장은 양극화되어 중소업자 및 다수서민에 대한 보증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개방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시장개방은 제살 깎아먹기다
임수강 박사(심상정 의원실 보좌관) 역시 “시장개방과 경쟁유도 정책은 금융공공성을 무너뜨리는 한편, 금융기관들 사이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미 FTA 협상과 맞물려 우리나라 금융제도를 미국식 금융제도에 맞추려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금융통합법 제정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보증시장 개방정책은 정부의 이와 같은 금융구조조정 정책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급히 보증보험을 개방해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보증산업내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보증보험의 공적기능을 살려서 서민,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방청객 토론에서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정부당국자들이 ‘보증기능과 건설산업내 시장기능’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어떻게 이런 엄청난 정책을 실행하려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산절감·부실업체 퇴출·덤핑낙찰방지 등은 발주자가 해결할 문제인데 이것을 보증기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현재의 입·낙찰시스템이 안고 있는 부실 책임을 보증기능으로 전가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 십년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 손해보험사들과 조합원을 위한 공공기능에 충실해온 공제조합 간의 경쟁은 이미 그
출발선상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제조합의 현재 사업은 모두 법정사업으로 규정돼, 손발을 묶어두고 민간기업과의 경쟁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성구 국장은 이에 대해 “시장개방 문제와는 별도로
공제조합의 사업영역에 대한 자율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종원 서울YMCA실장은 “개방을 통한 효율향상과 시장기능 활성화라는 대의에 공감하지만 과연 그에 대한 실질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있어왔는지 궁금하다”며, “현 시점에서의 개방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열렸던 ‘보증보험 다원화 공개 토론회’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증시장개방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보증은 1단계 개방상품으로 지정돼, 오는 2008년 4월에 손해보험사 등에 시장이 개방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