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기업 대해부] 이번 회에는 현대산업개발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설립 이래 꾸준히 발전해 왔다. 설립 초 해외건설 사업에 잠깐 한 눈을 팔았다가 호되게 당한 적 있지만 한 때였다. 1986년 11월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한국도시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종합건설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산업개발이 정몽규 회장 체재로 변경된 건 2005년 5월 부친 정세영 명예회장이 세상을 등지면서부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로 꼽혔던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에서 분가하면서 아들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로 둥지를 옮겼다.
1999년 8월 현대그룹과 계열분리한 현대산업개발은 독자 생존에 성공, 계열사 시절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종합건설사로 거듭났다.
◆숨겨진 흑진주 ‘아이콘트롤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느리면서 현재 그룹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실상 지주회사 격으로, 그룹 경영권과 직결돼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계열회사로는 올 3월 기준 상장사 △현대EP㈜(지분율 43.26%)를 비롯해 비상장사 △아이서비스㈜(56.56%)와 △㈜케이에이취(9.23%) △아이앤콘스㈜(95.21%) △㈜현대아이파크몰(81.54%) △아이파크스포츠㈜(100.0%) △호텔아이파크㈜(100.0%) △남양주아이웨이㈜(17.76%) △평택아이포트㈜(23.75%) △북항아이브리지㈜(66.0%) △웰컴에듀서비스㈜(10.73%) △영창악기㈜(81.05%)등이 있다. 계열사만 12개가 넘는 명실상부한 중견그룹인 셈이다.
그러나 이 수많은 계열사 가운데 숨겨진 흑진주는 따로 있다. 비상장 계열인 ㈜아이콘트롤스가 바로 그곳이다. 아이콘트롤스는 지난 1999년9월 설립된 홈네트워크 및 지능형교통시스템(ITS)업체다.
눈여겨 볼 점은 ㈜아이콘트롤스가 또 다른 비상장 계열회사인 ㈜아이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이콘트롤스는 아이앤이를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지분 1.82%, 영창악기㈜지분 5.93%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황금알’을 손에 쥔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콘트롤스 지분은 2008년 4월 기준 △정몽규 회장이 51.08% △현대EP㈜ 17.74% △아이서비스㈜ 13.26% △아이앤콘스㈜ 3.23% △이방주(임원) 2.15%로, 특수관계인 지분이 87.46%가 넘는 사실상 정몽규 회장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결국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는 정몽규 회장→현대산업개발→현대EP㈜(지분율 43.26%)·아이서비스㈜(56.56%)·아이앤콘스㈜(95.21%)→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띄는 셈이다.
◆이재용을 벤치마킹하다?
정몽규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법·탈법 세습수단으로 사용돼 논란이 됐던 삼성에버랜드와 ㈜아이콘트롤스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총수일가 핵심인물이 최대주주라는 점이 닮았다. 또 비상장기업으로써 그룹 지배구조를 좌우할 만한 파워를 지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정세영 명예회장은 작고하기 직전 갖고 있던 현대산업개발 주식 7.2%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아들 정몽규 회장에 물려줄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같은 시기 ㈜아이콘트롤스가 정 명예회장이 내다 판 지분 일부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아이콘트롤스는 2005년 5월 현대산업개발 주식 0.12%를 사들인데 이어 6~8월 세 차례에 걸쳐 1.7%를 잇달아 매입했다.
이와 관련, 한 애널리스트는 “그때 당시 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 관계자들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9.6%에 불과한 반면 템플턴자산운용 등 외국인 주주 지분만 24%를 넘은 상태”라며 “외국인 지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위협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콘트롤스는 2005년 5월 이전 까지만 해도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