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한국의 금융선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등 금융사의 대형화 필요성이 최근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금융사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회자중이다. 전문가들은 선진 금융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헤매고’ 있는 지금이 선진금융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은행의 필요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문제점 또한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금융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성급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 이인호 경제학 교수는 “금융사의 대형화 추세와 세계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시행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 금융사에게 충격이 적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금융사들의 글로벌화가 미약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화는 결국 양날의 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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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업은행은 외국 투자은행 인수 추진 등으로 몸집 키우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이것이 무산된 것이 국제금융위기국면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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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같이 외부경제 혼란에 대해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제시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이 교수는 “(은행의) 대형화로 인해 대형금융기관이 우리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 금융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대마불사 금융사 탄생은 필수불가결 하지만, 이런 금융사를 안 망하게 보호하려는 해답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홍영만 금융서비스 국장은 “우리나라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선 대형화 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대형화 경쟁력 약화 될 수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의 대형화가 자칫 은행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김동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한국형 금융발전모델의 모색’이란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은행의 대형화가 수단이 아닌 목표가 되면 효율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보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대형은행의 집중도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심한 편이기 때문에 합병을 통한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확고한 인수 전략과 현지에 적합한 사업 모델이 없다면 해외 은행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상당 기간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을 혼합한 CIB 모델에 대해서 김 전 부원장보는 “우리 은행들은 위험관리 역량이 부족해 CIB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특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추진하는 미국의 볼커 룰이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금융산업은 외환위기, 카드사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익창출 능력이 쇠퇴하고 단기 성과에 치우쳐 과당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성장력이 약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며 “금융산업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 개선이나 운영에까지 ‘관치 시비’를 걸거나 규제 완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금융회사는 비용 효율화와 독자적인 사업 모델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