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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현장르포] 전세값으로 내집마련

감정가 4억원 아파트 3억1500만원 낙찰…유찰2번 경쟁률 22:1

김관식 기자 기자  2010.02.23 17: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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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3일 오전 9시15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중앙1계 입찰이 10시에 예정됐지만 벌써부터 경매정보 책자를 팔려고 나온 사람들과 일찍 나온 사람들 몇몇이 눈에 띈다.

   
몇 분후 법정 문을 여는 동시에 한두 명씩 자리에 앉기 시작하면서 입찰을 10분 남겨놓고는 약 160석이나 되는 좌석의 3/2가량이 젊은 학생, 가족단위,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특히 미리 와서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은 중년여성은 다소 긴장된 얼굴로 입찰방법에 대해 집행관에게 한 번 더 확인하려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정 문 옆 통로에서도 경매 인기는 뜨거웠다. 경매시장의 인기를 실감케 하듯 한 경매 교육시설의 강사를 둘러싼 15명가량의 수강생이 경매진행절차와 입찰방법 등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숙지하고 메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한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경매 스쿨의 한 수강생은 “경매에 관심이 생겨 기존에 일하던 일자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경매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입찰 10분전, 각 집행관들은 각 매각물건명세서를 좌석 맨 앞쪽 탁자에 깔아 놓고 사건번호, 물건번호 등 입찰 표 작성 시 주의사항들을 일러주고, 특히 입찰가격 기재 시 최저입찰가격 보다 높게 적어야 하며 정정하거나 덧붙였을 시에는 무효 처리된다고 강조했다.

이때 스피커에서 입찰시작을 알리는 멜로디와 함께 경매 수강생, 입찰자 등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집행관석에서 나눠주는 입찰봉투를 받고 입찰가격을 정할 곳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입찰을 원하는 사람들은 좌석 맨 앞에 해당 물건들의 히스토리가 담겨있는 매각물건명세서를 신중하게 살펴 본 후 법정 좌우편에 마련된 입찰 기재 대에서 입찰가격을 기재하는데, 이때 입찰 시에는 최저입찰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납입해야 하며, 입찰가격은 최저입찰가격보다 높게 작성해야 한다.

입찰이 시작된 후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입찰 20분정도가 지나고 도착한 김 모 씨(58)는 손에 중앙법원 약도를 쥔 체 서둘러 입찰봉투를 받아 좌석에 앉았다. 강원도에서 막 도착한 김 씨는 “신분증을 모르고 안 가지고 온 것 같다”면서 “신분증이 필요한 줄 몰랐다”고 말하는 등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개찰시간인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입찰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입찰자들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해 이미 뒤편에는 자리가 꽉 차고 주위에 서서 낙찰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법정 안에는 평소 보다 적은 인원들로 메워졌지만 개찰 예정시간 보다 5분이 지나고 나서야 집행관들이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서류정리가 5분여 만에 끝나고 곧 본격적인 개찰 및 최고가 입찰자를 발표했다.

이날 중앙1계에서 나온 물건은 구건 29건, 신건 10건을 포함한 총 39건으로 이날 16건이 낙찰됐다. 낙찰된 물건으로는 아파트, 상가, 대지, 단독주택 등으로 정해졌다. 특히 이날 입찰경쟁률 22대 1로 가장 높았던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극동(스타클래스)아파트 102동 14층 1404호(26평형)는 감정가 4억원에 2009년 7월30일 처음 등장했다. 감정가의 64% 수준으로 최저경매가 2억56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미 2번 유찰된 상태로 3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또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동부센트레빌 109동 12층 1204호(33평형) 역시 1번 유찰된 경력에 11대 1의 입찰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4억5000만원)대비 80%수준인 3억6000만원의 최저경매가로 4억516만원에 낙찰됐다. 11명 중에 포함된 한 입찰자는 “4억59만원으로 냈다”며 “여기는 지금 시세가 4억3000만원”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낙찰된 물건 중 낙찰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91동 2층 211호(33평형)로 감정가(14억3000만원)에 80%수준의 11억4000만원의 최저경매가로 1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가격이 워낙 높았던 탓에 입찰자는 2명뿐이었다. 이밖에 서초구 양재동 해청아파트 4층 402호(감정가 8억5000만원, 최저경매가 5억4400만원)6억3000만원에 낙찰, 서울 성북구 정릉동 480-2의 단독주택은(감정가 3억9500만원, 최저경매가 2억5200만원)2억530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낙찰된 물건들 대부분은 아파트, 다세대, 오피스텔 등 주거 형 물건들이었다. 또한 입찰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 물건들은 3억원에서 4억원수준의 중저가아파트들로 입찰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이번 입찰물건은 많은 날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서 경쟁률도 반 토막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 아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가격경쟁력이 좋은 물건에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강 팀장은“오늘 그나마 입찰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의 최저 경매가는 서울지역의 중소형 전세가와 맞먹는 수준의 가격으로 입찰자들이 내 집 마련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