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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의 지수연동상품 선택…고객유치 ‘쑥쑥’

하나금융 독특한 마케팅전략 눈길

전남주 기자 기자  2010.02.23 13: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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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를 대표하는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과 하나대투증권 김지완 사장. 이들은 증권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를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와 주식시장을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1년 뒤 시장을 예상해 자사에서 나온 상품을 직접 가입해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는 등 영업에 앞장서기도 했다. 금융사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거액을 투자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당 상품들은 평소 판매량을 능가했다. 마치 워렌 버핏이 투자를 하면 투자자들이 그를 따라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나금융이 펼쳤던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들여다봤다.

   
  <사진=하나금융그룹은 계열사의 CEO를 내세워 판촉을 벌였다. CEO의 평판도 때문일까 평소 판매량을 넘어서는 인기를 끌었다. /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왼쪽)과 하나대투증권 김지완 사장.>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이 지난달 1억원을 투자한 지수연계예금(ELD)이 날개 돋힌듯 팔렸다. 김 행장이 직접 가입한 이 상품은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10영업일간 한시적으로 판매됐다. 이 상품은 총 1317억원이 팔려 하루에 130억원 정도가 팔린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총 94종류의 ELD를 1조2000억원 판매했다. 국내 은행 중 시장점유율 34%로 1위다. 그리고 김 행장이 가입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판매량이 평소보다 30~40% 증가했다.

◆은행장 가입에 판매실적 상승

당시 김 행장은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를 방문해서 개인 돈 1억원을 투자 했다. 네 종류의 상품 중에 김 행장이 선택한 상품은 ‘적극형 52호’와 ‘적극형 53호’였다. 각각 만기가 1년과 1년 6개월짜리다. 적극형 52호는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120%미만 상승 시 최고 연 11.76%의 이율을 지급한다. 단, 그 기간 중 1회라도 장중지수가 120% 이상 오르면 연 5.82%의 이율이 확정된다.

최근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김 행장은 1년 안에 120%의 지수 상승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적극형 53호는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130%미만이면 최고 연 15.5%를 제공하고, 장중지수가 130%를 넘어가면 연 6%의 이율이 확정되는 녹아웃(knot-out)이 발동된다.

여기서 말하는 녹아웃 제도란 ELD에서 주가의 상승률이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향후 주가 움직임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판매사에서 정한 수준으로 일괄 지급받도록 한 규정이다.

지난해 선보인 ELD의 평균 유치액이 4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 행장이 가입한 회차의 상품은 3배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연 10% 이상 이자를 받을 수도 있으며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 손실은 입지 않는 ELD의 매력을 고객들은 은행장을 통해 접한 측면도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김재욱 교수는 “최근 투자심리가 많이 죽었고,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은행장이 적지 않은 돈으로 상품을 가입한 사실은 보통 사람들이 봐도 상품의 안정성이 크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은행장의 가입사실을 가지고 회사에서는 이 상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ELD를 2주마다 출시하고 있다. 2010년 2월 현재 6회차, 상품갯수는 14개가 나왔다. 수익률은 7~15% 정도 수준이다.

◆12월 증시 예상 적중 기대감 높아져

김 행장이 선보인 마케팅은 사실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에서 먼저 선을 보인바 있다. 당시 증권사 사장이 직접 개인 돈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을 끌었는데 마케팅 효과가 빛을 봤기 때문에 적정한 시점에서 은행장이 나서서 상품을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하나대투증권의 김지완 사장은 코스피 200지수와 홍콩항셍차이나기업지수에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에 3억원을 가입했다. 당시 김 사장이 가입한 상품은 가입이후 2년 이내 두 지수가 40%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2.0%의 수익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김 사장은 가입 당시 “올 하반기 주식시장이 1600선에서 잠시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대안으로 ELS를 적극 추천한 바 있는데, 그의 예상대로 2009년 12월 코스피는 1600선에서 움직였다.

하나대투증권 이봉훈 차장은 “하나대투증권에서는 매주 한 개의 ELS 상품을 출시한다”며 “1회 차의 ELS가 3영업일만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많이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이 직접 사비를 털어 상품에 가입한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계산해보면 한 상품당 금액이 80억~100억 정도 모이지만 김 사장이 가입한 상품은 200억원이 넘게 판매됐다는 것.

이 차장은 “판매시기와 수익률이 모두 다른 ELS 상품은 절대비교하기엔 힘들다”면서 “구조에 따라서 수익률이 8~20%까지 다양하고 수익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따라 판매가 많이 될 수도 있고 적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한 해 동안 5000억원의 ELS를 판매했다. 그리고 김 사장의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ELS상품에서 9월 이후(12월 말까지)에만 2000억원을 유치해 김 사장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은행장과 증권사 사장이 투자했다고 그 상품을 무조건 따라서 가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주가시장이 나아갈 장기적인 방향과 고객이 예상하는 수익률에 따라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당장은 자사를 대표하는 CEO들이 직접 나서서 상품 판매고를 올렸지만 상품이 뛰어나고 고객의 니즈를 분명히 파악했다면 금융산업을 대표하지만 하나금융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 직접 가입하는 오피니언 리더십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