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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울며겨자먹기식 라면값 인하

정유진 기자 기자  2010.02.08 17: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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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라면가격이 내렸다. 삼양라면을 필두로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2~7% 라면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좋아할 일이다. 국민 간식인 라면 값이 내리니 말이다. 가히 전국민적 혜택이라 할만하다.

삼양라면이 지난달 28일 가격인하 대열의 선두에 섰다. 그날 삼양식품을 비롯, 타 라면사 홍보실에는 불이 났다. 삼양라면이 가격을 인하했는데 농심과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등은 라면 값을 내리지 않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한 것이다.

A사 홍보실 관계자는 “그날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귀에 피가 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B사 관계자는 라면 값 인하 여부를 묻는 기자의 문의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가, 잠시 뒤 “다른 기업들이 내리는데 안 내리면 언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고 또 소비자들을 생각해 내릴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라면제조사들은 울상이다. 밀가루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라면값을 내릴 경우 떠안아야 할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2008년 2월 이후 제분업체들은 소맥분 가격을 16% 인상했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약 24.4%를 인하해 실제로 8% 가격 인하가 된 것”이라며 “라면스프의 원료인 농수축산물 가격 인상, 유가 및 에너지비용 등이 증가해 인하 요인보다 약 4배 수준인 연간 약 57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소맥분의 원가 하락 요인에 비해 스프나 포장재료, 국제유가의 불안정 등 추가부담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격인하에 따른 제반 비용부담의 증가는 비용절감을 통해 극복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면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제적으로 팜유, 설탕, 향료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된 데다 유가 부담, 식품 안전 강화 비용이 해마다 증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라면제조사들은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다. 라면 가격을 내리면 떠안아야 할 비용이 걱정되고,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소비자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 

한 라면사 관계자는 라면 값 조정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라면 가격을 낮추고 그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고, 소비자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답했지만, 라면값 인하에 대한 태도는 시종일관 씁쓸해 보였다. 

‘라면 값 인하’를 최근 결정한 기업들은 그야말로 ‘울며겨자먹기’ 식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거의 전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가격인하 정책이라면, 기왕이면 기분 좋게, 시원하게 가격인하를 홍보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