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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도 ‘도요타 꼴’ 될 수 있다

김병주 기자 기자  2010.02.05 1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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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중국 사자성어 중에 ‘방휼지쟁(蚌鷸之爭)’라는 말이 있다. 방합(말조개과 민물조개)과 도요새의 다툼에 엉뚱하게도 지나가던 어부가 이득을 본다는 말이다. 이 방휼지쟁이라는 사자성어를 요즘 미국자동차시장에 대입시킨다면 아마 현대차는 어부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 덕분에 엉뚱하게 현대·기아자동차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계 부품업체 CTS가 공급하는 가속페달의 문제로 전 세계에서 8개 차종 약 1000만대의 차량을 리콜 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미국시장에서는 한 달 매출액이 2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중고시장에 나온 도요타 제품은 헐값으로 경매시장에 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다른 업체도 아닌 ‘품질제일’을 강조하던 도요타였기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음은 자명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오너가 현대차를 구입할 경우 1000달러를 지원할 것”이라며 전 방위적 공세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금이 미국시장에서 치고 올라갈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미국 내 언론들도 앞 다투어 ‘도요타 리콜의 최대 수혜주는 현대·기아차’라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금 현대차는 축제 분위기다. 이미 현대·기아차그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사상 최대인 1조2000억 가량의 성과급을 준비 중이다. 또한 유류대 5만원과 인터넷에서 쓸 수 있는 사이버머니 15만 포인트 등 많은 ‘떡고물’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겉으로는 ‘더 분발하자’는 비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억지로 참는 웃음과 행동은 숨길 수 없었나보다. 하지만 도요타의 문제가 비단 도요타만의 문제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수 있다.

도요타는 GM을 뛰어넘어 업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급속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비용절감과 생산공정 신속화를 위해 부품조달을 다변화했다. 이런 정책은 품질관리 소홀로 이어졌다. 생산공장의 글로벌화로 현지부품을 사용하면서 품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번에 문제를 야기시킨 부품 역시 미국 CTS사의 제품으로 일본 도요타 자체 회사 제작품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현대·기아차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차는 ‘글로벌 탑5’라는 목표로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해 가며 현지 공장을 확대·가동하고 있다. 부품다변화와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차의 행보는 도요타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더군다나 일본보다 뒤떨어진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 현실을 감안하면 도요타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리콜사태를 맞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못해도 1등’이라는 자만심에 취한 도요타의 정신이다. 도요타는 미국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늘 한 수 위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긍심은 자만심으로 변해갔다. 빠른 성장을 기록한 현대차의 벤치마킹 모델도 결국 일본 업체였다는 것을 부정 할 순 없다.

   
   
 
잘 나간다고 자만하다가는 큰 코 다치는 법이다. 물론 현대차가 그렇게 자만 할 처지나 입장도 아니지만 달콤한 유혹은 끊어 내기가 쉽지 않다.

우연찮게도 방휼지쟁(蚌鷸之爭)의 도요새는 도요타와 이름이 비슷하다. 지금은 현대차가 어부의 입장이지만 이번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는다면 언제고 ‘도요새’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