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올 초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지난 1월7일 철강협회 신년인사회 때 한 말이 계기가 됐다. 이날 장 회장은 철강회사 주요 CEO와 30여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우건설 인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 회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아직 제안은 없었지만 면밀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올 경우 본격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자들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는 모습은 미리 연습이라도 해 온 듯 했다. 반면, 대우건설을 비롯한 재계 일각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자산규모 9조원에 이르는 대우건설을 동국제강그룹(7조원)이 먹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란 입장이다. 장 회장이 처한 현 상황을 되짚어봤다.
늘 성장에 목말라했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언제고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예측은 5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장 회장은 2004년 7월7일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때 이런 고민을 공식적으로 털어놨다. 당시 장 회장은 “변화와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신사업 진출에 욕심을 냈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곧 초라하게 퇴색했다. 장 회장의 M&A 성적은 4전 1승3패. 그야말로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M&A 성적, 참담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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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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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7월 장 회장은 해운·물류사업 진출을 위해 범양상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때만 해도 신생회사였던 STX그룹에 밀리면서 동국제강 50년 역사에 먹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두 번째 M&A의 경우 시작은 좋았다. 2005년 6월9일 장 회장은 유일전자(현 DK유아이엘) 지분 28.7%를 880억원에 사들이면서 차세대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인수 뒤가 문제였다. 동국제강으로 편입된 뒤 유일전자 매출이 바닥을 치기 시작을 한 것이다.
실제 유일전자는 장 회장이 본격 손을 댄 2006년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 인수 전 인 2004년 2166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06년 1518억원 △2007년 1599억원 △2008년 1828억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긴 하지만 인수 전 보단 월등히 모자란다.
장 회장의 체면 구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수를 시도해 오던 곳마다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2007년에는 M&A 최대어로 꼽힌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접어야만 했다. 특히 장 회장의 자존심을 건든 건 동국제강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것마저 일각에선 모르고 있단 사실이다.
쌍용건설의 경우는 무리수를 두다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든 사례다.
2008년 7월 장 회장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경쟁사인 남양건설보다 30%나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건설경기 후퇴로 결정을 미뤄오다 결국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인수불가를 판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장 회장은 캠코에 낸 입찰보증금 231억원마저 날리고 말았다.
◆새우가 고래 삼킨 꼴
장 회장이 최고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거 자신의 M&A 전례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실제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물론 동국제강 개미투자자들마저 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대우건설 노조의 경우 동국제강을 대놓고 ‘왕따’시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대우건설 노조 측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동국제강의 대우건설 인수는 ‘제2의 금호그룹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동국제강의 전략적투자자(SI) 참여를 추진한 산업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포스코와 LG그룹에 관해서는 노골적으로 호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우건설 노조측은 “대우엔지니어링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포스코와는 시너지 효과가 있고 LG그룹과는 기업문화 측면에서 융화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포스코와 LG에 관해서는 지극히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장 회장에 반발하는 곳은 대우건설 뿐 아니다. 동국제강 주식을 산 투자자들도 대우건설 노조 못지않다. 그들의 반발은 곧장 주가하락으로 나타났다.
실제 1월7일 주당 2만8250원이던 동국제강 주식은 대우건설 인수설이 보도된 8일 최저 2만5700원까지 뚝 떨어졌다. 26일 현재(장마감) 동국제강 주당 가격은 2만3550원이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수 제안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당시 회장님도 ‘합리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일 뿐 확정된 것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회장 개인이 공식 자리서 발표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예의 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된 것도 아니고 현재로선 회사 입장에서 어떠한 말도 해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한발 물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