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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CEO의 ‘거짓말’ 논란

‘손가락 경영론’…국내사이트에 뜬 글 외국사이트 글이라고 소개

이철현 기자 기자  2010.01.21 11: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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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독창적인 경영이념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의 ‘손가락 경영론’이 국내 사이트에 게시돼 있던 글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구 사장은 지난해 말 가졌던 기자송년회에서 약 20여분 동안 손가락 경영론을 소개했다. 엄지는 사장, 검지는 임원, 중지는 팀장, 약지는 실무자, 새끼는 신입사원에 비유해 각 손가락의 위치와 장단이 회사 조직 구성원과 일치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건의 내막을 살펴봤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
구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보게 된 글을 읽고 그 때 읽었던 기억을 꺼내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회사 경영에 적극 활용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후 구 사장의 손가락 경영론은 “구자영 사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전해지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일부 기업 등 많은 이들이 구 사장의 경영론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구 사장은 ‘손가락’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 출처가 거짓으로 확인되면서 빈축을 사게 됐다. 구 사장이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것을 참고했다고 밝혔던 이 글은 외국 사이트가 아니라 국내 사이트에 있던 글이었다. 구 사장은 이를 그대로 이용한 뒤 이를 외국 사이트라고 둔갑 시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구 사장은 이번 일로 비양심적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다. 과거에 읽었던 글을 떠올려 구 사장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미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국내 인터넷 사이트의 글과 거의 완벽하게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 사장은 “엄지는 다른 손가락과 떨어져 있어 외롭다”며 사장이 외롭고 고독한 자리임을 대변했고, “엄지와 검지가 만나 동그라미를 이루는데 사장과 임원이 실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장과 임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또 “중지가 가장 긴 것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며 팀장의 의미를 부여했고, “임원과 팀장이 잘하면 그 조직은 성공한 것”이라며 V자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신입사원은 회사의 미래를 약속한다”며 새끼손가락을 보였다. 구 사장이 언급했던 이 모든 것들은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글과 거의 일치했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이 국내 사이트에 있는 글을 외국 사이트에서 본 글이라고 의도적으로 출처를 속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구 사장이 베낀 것으로 확인된 국내 모 인터넷 사이트의 관련 사진.>

◆‘출처 의도적으로 속였다’ 의혹

구 사장이 국내 사이트에서 본 글을 외국이라고 속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구 사장은 이 같은 글의 출처를 단순히 외국 사이트라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출처에 대해서는 숨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외국 사이트에서 본 글이 맞다”고 주장하다가 이내 국내 사이트에서 본 글임 인정하며 출처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실수일 뿐 일부러 속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좋은 글이 있어 이런 좋은 글이 있다는 것을 단순히 소개를 한 것”이라며 “이미 언론에 이런 취지에서 소개한 글이라고 밝혔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에는 모두 동일하게 외국 사이트에서 본 것을 구 사장이 재해석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는 가운데 SK에너지 관계자가 전한 것처럼 국내 사이트에서 본 것을 소개했다는 내용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또 출처가 외국 사이트로 둔갑된 경위에 대해 “외부 사이트에 있는 글을 발견해 소개한 것이라고 했는데 기자들이 외국 사이트로 잘못 들은 것 같다”며 “이렇게 잘못 들은 것을 기사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 사장이 남의 글을 그대로 베낀 것을 자신의 것으로 이용한 뒤 그 출처를 외국 인터넷 사이트로 둔갑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