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과 정치는 선거라는 축제를 통하여 서로 만난다. 선거는 사회구성 공동체가 추구하는‘民意’라고 표현되는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는 수단이고,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 ‘爲民’이다.
6월이 되면 서울·부산 등 광역시장, 도지사, 시·도 등 광역의원,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 시· 군· 구의 기초의원, 그리고 각 시도의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뽑는 대규모의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에서는 지역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지역주민들이 자유스럽고 공정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런대 95년 지자체 제도의 시행 이래 지금까지 선거제도에 뭔가 결정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초단체장 선거만 보더라도 정당공천이라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다.
그 결과 지역정치인을 위한, 지역정치인에 의한, 지역정치인을 위한 정략적인 메카니즘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모순이 자리를 잡았다. 위로부터의 하향식 정당공천 제도가 몰고 온 재앙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향식 밀실공천으로 상징되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거나, 민의가 철저하게 반영되는 밑으로부터의 상향식 공천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밑으로부터의 상향식 공천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의 산물인 하향식 정당공천은 民意도, 절차민주주의의 정신도, 代議制의 참뜻도 무색케 만들어 버린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아예 원천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국 정치가 왜 바뀌지 않고 희망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치의 밑바닥이 이 모양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어느 네티즌의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지역정치인들이 정당공천제에 집착하는 까닭은 한마디로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예속시켜 자신의 정치활동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후보들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정치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평소 후보들의 지역정치인을 향한 헌신적(?) 봉사에 대한 정치적 대가가 후보공천으로 이어져 왔다. 이처럼 왜곡된 기형적 정치풍토는 한국정치가 얼마나 철저하게 기득권 정치에 함몰되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공천혁명’으로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됐다.
기득권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 내는 정치권의 ‘힘든’ 용기와 결단이 요구된다. 정치권은 정치냉소, 정치불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끝없는 책임의 과정이다. 국민과 유리 된 ‘낡은 정치’의 행진이 멈추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정치에 희망은 없다. 국민이 정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버렸다는 점을 용기 있게 고백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판의 기득권 유지와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밀실하향식 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살린다면 기초단체장선거 공천부터 혁명적 개혁이 필요하다.
마침 여야가 한 목소리로 다가 올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시민)배심원 공천경선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당이 가진 공천권을 시민들에게 넘길 것이라고 호언했다. 배심원들이 한 번 더 심사함으로써 밀실공천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교활함은 교활함을 감추는 것 일진데, 개혁으로 포장된 ‘악마의 자갈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지켜 볼 일이다. 공천권을 정당이 장악하는 상태에서 무늬만 상향식을 도입하면 밑으로부터의 실질적인 경선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국회 당시 299명의 국회의원들 중 120명의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안을 냈었지만 아깝게도 기득권 고수세력에 의해 실행되지 못했다.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줄 세우기나, 자기식구 챙기기를 안 해도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길은 힘들지 모르지만, 위대함으로 가는 지름길인 경우가 많다. 기득권을 부여잡고 민주주의를 읊조리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유권자들도 각성하여 한국정치의 짧은 역사가 남긴 긴 그림자를 지우는 계기를 6월 지방선거부터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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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조선 시대 매월당 김시습은 그 시절의 어수선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토록 착한 이 땅의 백성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인간말종들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며 개탄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배타적 권력독점의 횡포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과거를 잊는 자는 결국 과거 속에서 살게 된다.
백병훈/본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