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쇼핑하러 오겠다며 약도 묻는 전화, 하루 주문 상품은 겨우 5개, 주문 받으면 퇴근할 때 직원이 집으로 직접 배달….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당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실상은 이랬다.
올해로 오픈 10년째를 맞은 롯데닷컴(www.lotte.com)은 1996년 온라인 쇼핑몰을 처음 접한 고객들과의 에피소드와 당시 상황을 1일 소개했다.
최초로 롯데닷컴이 판매한 첫 주문 상품은 바로 필립스 전기 면도기, 6월1일 오픈 첫날 역사적인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롯데닷컴 전직원은 환호하며 박수까지 쳤다고. 주문이 접수되면 사무실 전체가 다 들리도록 알람을 설정해 전 직원에게 주문이 들어왔음을 알리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당시 하루 매출은 고작 300만원 안팎, 현재 롯데닷컴의 하루 매출 약 10억원의 400분의 1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또 하나 직원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바로 쇼핑하러 가겠다며 회사의 위치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였다. 당시엔 고객 콜센터도 없어, 직원들을 하루에도 100여통씩 컴퓨터 속 쇼핑몰의 약도를 묻는 고객의 전화에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
게다가 하루 주문 상품은 겨우 5~6개. 주문이 들어오면 서울 지역은 무조건 당일 배송이 가능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찾아 퇴근길에 고객의 집 앞까지 직접 갖다 주었다.
1997년 초에는 40대 남성 고객이 소위 “민망상품”인 성인용품을 주문했는데, 그 제품명이 배송 박스에 그대로 찍혀 배달돼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마침 남성 고객이 자리에 없었고, 그 남성은 대신 물건을 전해 받은 회사 동료들에게서 놀림을 받아야 했다는 것. 덕분에(?)
롯데닷컴 직원들은 그 고객을 찾아가 용서를 구해야 했다.
회원 가입과 결제 시스템에서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 논스톱으로 승인과 결제가 이루어지는 안정적인 시스템과는 달리, 당시에는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직원이 직접 카드사에 전화로 카드 번호를 입력해 전화로 결제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후 발전한 것이 자체 승인 시스템. 자체 시스템에 카드 번호를 찍고 금액 찍고, 비밀번호 찍으면 전표가 인쇄되어 나오고, 전표를 총 3장 출력해 한 장은 고객에게 우편으로 보내고, 한 장은 회사에서 보관하고, 다른 한 장은 모아 하루에 한번 씩 은행에 가 입금을 받았었다.
회원 가입 절차도 그야말로 원시적(?)이었다. 고객이 사이트를 통해 간단한 자기 정보를 입력하면 회사에서 고객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본임임을 증명할 비밀번호를 출력해 우편으로 보낸다. 그 편지 안에는 고객이 비밀번호를 보고 다시 보낼 수 있도록 반송 우표도 한장 동봉해, 고객이 편지를 받고 본임임을 확인하는 편지를 반송해야만 회원 가입이 이루어졌다.
2000년 전 까지는 고객센터도 따로 없었다. 당시엔 전 직원이 콜센터 직원이었다. 직원들은 매일 업무에, 하루 수백통씩 고객 응대까지 받아야 했고, 환불 요구나 반품 요청, 배송 관련 문의도 모두 직원들이 처리했다. 2000년 말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고객 상담 전담 직원이 3명 채용됏고, 현재 롯데닷컴에는 300여명이 넘는 콜센터 직원이 일하고 있다.
1998년, 회원들에게 일주일에 2-3회씩 발송되는 광고성 e-mail은 한 번 발송하는데 꼬박 1박 2일이 걸렸다. 당시 넉넉치 않은 서버 용량으로 한꺼번에 수천명의 회원에게 mail을 발송해야 했기 때문. 덕분에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업무는 그 만큼 더뎌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런 10여년의 역사를 거쳐 롯데닷컴은 현재 903만명의 회원을 지닌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의 하나로 하루 60만명 이상이 찾고 있으며, 연간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