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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WTI, 위상 되찾나

두바이유보다 못한 가격 '장기간 지속' 가능성

이철현 기자 기자  2009.12.18 17: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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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서부텍사스 원유(WTI)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히는 WTI. 그동안 브렌트유나 두바이유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남다른 대접을 받았다.

WTI는 정제 비용이 적다는 점이 반영돼 일반적으로 두바이유보다 3~4달러 높게 거래된다. 원유는 비중이 높고 유황 함유량이 적을수록 정제비용이 적게 드는데 이를 기준으로 고급유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WTI가 다른 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처럼 보기 드문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매우 보기 드문 현상’ 지속

17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WTI 선물유가는 배럴당 72.65달러, 브렌트유 73.37달러를 기록한 반면 두바이유 현물유가는 73.26달러를 기록했다. 비슷한 가격이지만 아직도 두바이유 보다 못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아시아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두바이유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시아와 대조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 대서양 지역은 수요회복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두바이유는 아랍예미레트연합(UAE)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고유황 중질유로 주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는 모든 중동산 원유의 가격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국내 수입 원유가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고품질의 경유보다는 고유황 두바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역시 WTI의 가격 인하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가 미국에 판매하는 석유가격 기준가를 기존 WTI 대신 새로운 지수를 적용키로 해 WTI의 위상이 더욱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월 더 이상 WTI 가격을 자국 원유 판매 가격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잇단 악재로 위상 더욱 흔들리고 있어

아람코사는 WTI가 실질적인 유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 미국 고객들에게 판매되는 모든 유종에 아거스 미디어에서 발행하는 ‘아거스 고유황 원유 지수’(ASCI)를 이용키로 결정했다.

실제로 WTI는 실지 공급 수요보다는 미국 오클라호마 커싱의 원유 재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에도 WTI는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2달러 높았다.

하지만 상황은 역전됐다. 사우디로서는 현실 유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WTI를 계속 사용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유가의 표준으로 통했던 WTI의 위상이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물론 새 지수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거스 지수는 보완적일 뿐 WTI를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지수가 자리를 잡는 것도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얼마나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