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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시대처럼 ‘견제’와 ‘감시’라면 어떨까?

조윤미 기자 기자  2009.11.24 1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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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시대 의금부와 좌우 포도청은 따로 수사권을 행사했다. 포청이 일반범죄를 담당하고 의금부가 강력 및 정권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것으로 분류됐으나 실질적인 업무에 중복되는 부분은 많았다.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포청에 압송된 자들이 의금부로 이송돼 재수사를 받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기관들은 견제와 감시를 유지하기 위해 업무의 분산을 긍정적으로 활용했음이 분명하다.

지난 9월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해당 발의안을 살펴보면, 현재 기관 구조로는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금융소비자의 권리평등을 위해 금융소비자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금융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곳은 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 두 곳이다. 두 개의 기관은 금융소비자의 피해 접수가 되면 금감원은 조정 및 심사로, 소비자원은 권고조치를 통해 해당 금융사에 해결을 종용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는 금융소비자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이 해당 금융기관에 조정 및 심사를 전달해도, 피해금융소비자와 해당 금융기관 양자가 다 받아들여야 조정이 성립이 되는데 한 쪽이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금감원과 소비자원의 조치는 그야말로 ‘조정 및 심사’와 ‘권고’일 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두 기관의 책임에서 떠나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면 ‘다윈과 골리앗’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거대 금융회사와 일개 서민 사이. 서민들은 금융회사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금융정보력으로나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희박해 결국 더 큰 피해만 양산할 뿐이다.

김 위원장은 “소비자에게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금융분쟁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 및 중재의 권리’를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금융소비자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금융소비자였다. 당시 은행과 증권사 앞에는 펀드가입피해로 몇 백에서 몇 천씩 가산을 탕진한 서민들이 울분을 토하며 1인 혹은 다인 시위를 벌였다.

금융정보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피해는 당연한 결과였으나 정부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예금자 보호법에서 약속하는 최소한의 보상금이었다. 키코사태도 마찬가지였고 펀드도 마찬가지였으나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의 편보단 금융건전성을 이유로 금융권 편에 서기 일쑤였다.

김영선 의원실은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기가 닥치자 금융건전성 관리에만 치중해 서민의 대출 연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 대출 금리를 올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며 “금융소비자인 서민은 경기 악화로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에서 대출 뿐 아니라 보상금 문제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14일 취임한 김영신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금융기관 출연 재원을 토대로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한다면 소비자 시각이 아닌 사업자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금융소비자원 설립으로 소비자원의 업무가 중복돼 졸지에 밥그릇을 빼앗기는 격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의 설립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된 금융소비자의 ‘권리평등’이 기관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소비자 피해, 소비자원은 일반소비자 피해, 금융감독원은 금융관련 감독 등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세 기관이 업무적으로 중복되는 부정적인 면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소비자원장의 말대로 금융소비자원이 ‘사업자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문제점을 서로 견제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의금부와 좌우포도청이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그들의 업무를 충실히 이끌어왔던 것과 같이 세 기관들도 서로 운용의 미를 살린다면 ‘소비자의 권리평등’ 실현에 이바지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