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2일 영화 ‘집행자’의 주인공인 조재현과 최진호 감독을 비롯 제작사 및 배급사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영화의 희망을 지켜 달라’며 교차상영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행자’는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인 12억5000만원으로 제작됐지만 주연 배우인 조재현과 윤계상의 호연으로 247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11일까지 총 23만여명이 관람했고 평일에는 2만여명이, 주말에는 13만여명이 몰리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국산 코미디 영화의 개봉 등으로 2주 만에 ‘교차상영’을 통보 받았다. 영화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꾸준한 흥행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상영문화로 피해를 입는 중소 영화들의 생존권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며 문화관광부를 방문해 유인촌 장관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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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주만에 교차상영에 들어간 '집행자'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좌측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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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선 ‘퐁당퐁당’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교차상영은 조조와 심야 시간대를 비롯해 관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2편 이상의 영화를 나누어 편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보편화 된 이후 스크린쿼터를 맞추기 위해 흥행성이 떨어지는 영화나 중소영화를 비인기시간대로 옮기고 흥행작이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프라임타임에 배치하는 일종의 편법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 개의 상영관에서 하루에 적게는 6회에서 많게는 8회 영화 상영을 할 수 있는데 만약 교차상영 편성에 들어가게 되면 비인기 영화는 조조와 심야로 몰리게 돼 하루 2~3회 이상의 상영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봉관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관객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돼 영화 흥행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집행자’는 전국 247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첫 주말인 11월6일부터 8일까지 총 16만7077명의 관객들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지만 지난 12일 교차편성 이후 두 번째 주말인 13일부터 15일까지의 경우 97개의 상영관이 늘며 총 344개 스크린에서 상영했으나 관객은 5만4730명밖에 동원 못하며 박스오피스 5위로 추락했다.
영화관에서 교차상영을 하게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영화의 흥행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최근 개봉한 영화가 흥행성이 떨어져 관객들에게 인기가 없는 경우 다른 영화와 묶어 제일 작은 상영관에서 번갈아 교차 상영하게 된다. 혹은 크게 히트를 친 영화가 오랜 시간이 흘러 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경우 영화를 종영시키지 않고 비인기 영화와 묶어 한 개의 상영관에 올리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가 개봉할 때 기존에 상영 중인 영화를 조기종영 시키거나 상영 횟수를 줄여 다른 영화와 교차 상영하게 만드는 경우다.
이런 경우 3개 이상의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스크린에서까지 상영하는 경우다. 즉, 인기가 없는 영화는 빨리 막을 내리거나 상영 횟수를 줄여 적자를 최소화 시키고 흥행작들의 경우 최대한 상영관과 그 횟수를 늘려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 1/3 차지
‘집행자’의 경우는 후자 쪽 경우로 피해를 입게 된 사례라 볼 수 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는 첫 주말(12일부터 15일) 전국 858개의 상영관에서 130만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다.
전국 320개 영화관, 총 2185개의 스크린에서 한 개의 영화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상영관을 확보하며 박스오피스 2위부터 10위까지의 주말 관객의 합이 70만이 안 돼는 상황에서 ‘2012’는 2배 가까이 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또한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의 16일 상영시간표를 보면 ‘집행자’는 총 3회 상영을 하는 반면 ‘2012’의 경우 총 7개 상영관에서 20회 상영을 한다.
같은 날 다른 멀티플렉스의 경우에는 ‘집행자’는 1개관에서 심야영화까지 합쳐 총 8회 상영을 하고 ‘백야행’과 ‘어떤 방문’은 각 1회씩, ‘내 눈에 콩깍지’의 경우 2회 상영 중이지만 이마저도 조조와 심야에 몰려있다. 반면 ‘2012’는 총 6개 상영관에서 29회 상영 중에 있어 극명하게 비교되는 중이다.
◆시장논리 vs 기회제공
영화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퐁당퐁당에 내몰리면 절대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게 정설일 정도로 교차상영에 대한 피해는 심각하다.
여름방학이나 추석,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대작 영화들과 동시에 개봉하면 교차상영에 편성 될 것이 뻔 한 중소영화들은 이 시기를 피해 극장가의 비수기인 10월과 11월에 미뤄왔던 개봉을 줄줄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피하지 못한 ‘하늘과 바다’나 ‘집행자’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 10월28일에 개봉한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는 12일 만에 필름을 전격 회수하는 초강수를 두며 교차상영에 항의했다.
제작자인 주호성 씨는 “교차상영으로 가족들까지도 영화관에서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포스터조차도 부착하지 않은 극장도 많은 가운데 교차상영이 전국적으로 실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봉 첫날부터 개봉관 전체에서 조조상영으로 밀린 것도 모자라 이튿날부터는 전체 상영관에서 퇴출에 가까운 수모를 면치 못했다.
‘집행자’ 역시 개봉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개봉 2주차에 ‘2012’에 밀리며 교차상영으로 편성됐다가 많은 팬들의 반발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교차상영에서 제외됐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집행자’의 제작사 측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크린의 독과점 때문에 관객들을 만난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이 굉장히 마음 아프다”고 말하면서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의해 상영관수를 뺏겼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차상영에 대해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교차상영은 시장논리에서 불가피한 일이다”며 “이윤을 내는 것이 우선인 극장 측 입장에선 관객이 많이 몰리는 영화를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객이 적은 영화를 계속 상영하는 것은 극장 측뿐만 아니라 배급사나 제작사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만약에 관객이 많이 찾고 흥행이 지속되는 영화라면 극장에서 내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