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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판다

박광선 기자 기자  2009.11.16 1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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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유통가에 ‘이야기’가 뜨고 있다. 최근 문화 산업은 물론이고 소비재 산업에서도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마케팅’이 주목 받고 있는 것. 대표적인 감성 마케팅으로 불리는 이 기법은 브랜드와 제품의 정보를 단순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제품에 녹여 넣는다. 제품 성분을 누구나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신화나 설화를 CF 스토리로 구성하거나 재미 있는 얘깃거리를 제품명 또는 라벨에 넣음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여성을 주요 타깃 소비자로 하는 화장품, 식음료 등 유통업계에서 제품 특성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핵심 포인트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연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 특히 신화, 전설 등 신선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를 발굴해 제품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올 가을 출시한 ‘아르쌩뜨 에코-테라피 뉴월드 토탈 세럼’의 주성분인 사카잉키 열매에 얽힌 신화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영원한 젊음을 선물하기 위해 신이 하늘의 별을 땅에 심었고 그 열매인 사카잉키를 먹은 여인이 불멸의 아름다움을 얻었다는 남미 안데스의 신화다. 톱모델 전지현이 사카잉키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제품 성분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돕는 동시에 젊음과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여성 내면의 욕구와 감성을 자극한다.

배상면주가의 산사춘은 산사열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계모와 함께 사는 홍이는 계모가 주는 상한 음식을 먹어도 산사나무 열매 덕분에 탈 없이 건강했고 결국 산사나무 열매로 빚은 술을 계모와 나눠 마시고 화해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구전 설화를 인용했다. 소비자들에게 낯선 산사나무 열매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대신 재미있는 전래 이야기를 들려줘 친근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스토리텔링 전략은 제품 이름을 짓는 네이밍 작업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기존 라벨에는 상품의 일반 정보나 가격, 주의사항 등 의무적이고 국한된 정보만 수록된 것에 비해 최근에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끄는 스토리가 담긴 제품명과 라벨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 자체에서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을 적극 반영한다는 취지다.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는 톡톡 튀는 제품명으로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베네피트가 최근 출시한 향수 ‘크리센트 로우’는 ‘섬씽 어바웃 소피아(Something about Sofia : 소피아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마이 플레이스 오어 유어스 지나(My place or yours, Gina: 나의 집 혹은 너의 집으로, 지나)’의 두 가지 버전으로 두 제품 모두 단순하고 판에 박힌 이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기발하고 재미 있는 제품명을 가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보디클렌저 ‘세이’는 여심을 자극하기 위해 라벨에 시 구절을 적었다. ‘매화’ 제품에는 김시습의 ‘매화꽃 비’ 일부를, ‘함박’의 라벨에는 복효근의 ‘함박꽃 그늘 아래서’를 넣었다. 단순한 제품명보다 시를 통해 감성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다.

식품 업계에서도 톡톡 튀는 이야기를 담은 제품명이 눈에 띈다. 풀무원에서 출시한 ‘줄 서서 기다려 먹는 맛있는 생라면’은 라면 전문점에서 긴 차례를 기다려서라도 결국 먹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머릿속에서 그 맛을 가늠해볼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나온 라면 이름 중에서 가장 긴 이름이라는 재미 요소까지 가미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