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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은지 한 달 만에 뽑힌 ‘광화문 꽃’

한종환 기자 기자  2009.11.06 15: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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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는 9일이면 ‘대한민국의 상징 거리’로 자리 잡고 있는 광화문광장이 개장 100일을 맞는다. 광화문지하차도에 개관한 ‘세종이야기’와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선 지도 꼭 한 달이 된다.

총 4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광화문광장은 개장 첫날에만 18만5000여명이 찾았고, 지난 3일 현재 누적방문객이 497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세종이야기도 4일 현재 20만8776명이 관람하며 명실상부한 ‘서울의 랜드마크’가 떠올랐다.

삭막한 빌딩숲 사이로 펼쳐진 광장 앞쪽에 자리 잡은 음악분수는 삶의 찌든 때를 씻겨주고 광장 중앙에 좌정하신 세종대왕께선 온화한 미소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

동상 뒤편에 위치한 ‘플라워 카펫’에선 겨울나기 준비 중이었다. 추운 겨울에 금방 죽고 시들어버릴 꽃 대신 스케이트장을 만들 계획으로 서울시는 인력을 동원해 꽃을 뽑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시민들이 화단 안에 들어가 꽃을 뽑는 모습이 더 많아 보였다. 작업 인부에게 ‘이렇게 시민들이 꽃을 뽑아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인부는 “괜찮다”며 오히려 “맘껏 뽑아가라”며 인심을 썼다.

‘플라워 카펫’은 폭 17.5m, 길이 162m 규모로 개장 당시 22만여 송이를 심었다가 지난달  추가로 가을꽃으로 교체했는데 한 달만에 다시 꽃을 뽑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 관리를 담당하는 ‘중부 푸른도시 사업소’ 측은 “며칠 간의 한파로 꽃들이 많이 말라 죽어 일찍 철거하는 중”이라며 “철거한 꽃들을 광장 옆 화단으로 옮기고 있은데 시민들이 뽑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한종환 기자/ 프라임경제

 
 
개장 이후 두 달간의 광화문광장의 유지관리비는 인건비 1억3670만원을 포함해 총 3억6700만원으로 광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1억2000만원을 들여 다시 심은 꽃들도 한 달만에 철거하면서 시민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쓰고 있었다. 또 다음달 12일부터는 한 달짜리 꽃들을 대신해 ‘아이스링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쯤 되면 이곳 유지관리를 두고 쓴 소리들이 나올 법하다.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을 대신해(?)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꽃 선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마냥 훈훈하게만 보이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뒤 뽑을 꽃을 비싼 돈 들여 굳이 그렇게 심을 필요가 있었을까.

이에 대해 서울시 조경과 관계자는 “4억7000여만원 정도를 들여 8월 개장 때 꽃을 심었는데 그 동안 많이 훼손이 돼서 그대로 방치해두면 미관상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지난달에 부득이하게 1억2000만원 정도 더 들여서 꽃을 심은 것으로 안다”며 “시민들이 꽃을 뽑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관리 담당인 중부 푸른도시 사업소로 문의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