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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공사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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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소·영세 레미콘업체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레미콘 계약 방식을 현행 희망수량입찰제도에서 MAS제도로 변경하는 등 국가계약제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칠 태세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책에 대해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격인상과 판매가의 고정가격 △제한된 원자재의 부족 △다수공급자 물품 계약제도(MAS)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분류정책 등이 레미콘산업을 고사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값’을 정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중소·영세 레미콘 업체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레미콘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국내 레미콘업체와 공장 수는 서서히 줄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05년 1월 레미콘업체와 공장 수는 각각 118개, 185개이었지만 2009년 9월 현재 100개사, 177개로 줄어들었다. 출하량도 많이 떨어졌다. 2002년 5976만6136m³이던 것이 해마다 줄어 지난해엔 4956만5259m³으로 집계됐고, 올해 9월까지의 출하량은 3256만3915m³에 거쳤다.
레미콘산업에 대한 정책제도는 경쟁 우선의 시장경쟁 원칙에 따른다. 하지만 일본은 레미콘 분야를 특수제품군으로 분류, 레미콘산업을 공정거래법 상 예외로 취급해 국가차원에서 보호 육성하고 있다.
◆MAS제도 왜 문제인가?
정부가 시범시행중인 ‘다수공급자 물품제도(MAS)’는 공공구매제도를 수행하는 조달청이 다수의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수요기관이 별도의 입찰 절차 없이 쇼핑몰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르면 레미콘 시장은 최저가격이 형성이 되지 않은 채 완전 경쟁 시장으로 전환된다. MAS에 대한 레미콘업계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나뉘는 것이다.
대형 레미콘업체 H사는 MAS제도의 자율경쟁을 다소 반기는 입장이다. H사 관계자는 “사실 MAS정책시행은 별의미가 없다”면서 “MAS제도보다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조정방안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한다. 반면 영세업체인 D사는 “자율경쟁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우리로선 불을 지고 풀숲으로 뛰어들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했다.
◆레미콘 특성 고려한다면…
래디 믹스 콘크리트(Ready Mixed Concrete)의 약자인 ‘레미콘(remicon)’은 공사현장까지 운반되는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즉, 그 자체로 완제품이 아니고 건설공사현장에서 시공된 후 경화돼 콘크리트구조물을 형성하기 때문에 반제품의 성격을 갖는다. 또 생산 후 90분이 지나면 상품의 가치가 상실돼 재고가 존재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볼 때 보통의 건축자재는 미리 대량을 구매해 보관하다가 필요시 사용할 수 있지만 레미콘만큼은 그렇게 취급할 수 없다. 레미콘이 필요한 건설사는 레미콘사에 사용일자 및 시간, 수량 등을 지정해 주문하고, 레미콘사는 건설사가 요구한 때에 맞춰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자율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들도 제품생산에는 한계선이 있다”며 “자율경쟁에 따른 수요·공급시 업체에 주문이 밀릴 경우 래미콘의 특성상 운반시간과 생산량이 정해져 품질이 저하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큰 회사에 레미콘 주문물량이 쏠릴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이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조달청의 안일한 정책 시행 태도를 문제 삼기도 한다. 레미콘연합회 관계자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나 업계 의견수렴은 전혀 없이 정책 시행부터 한다”면서 “이제 와서 문제점이 하나 둘 제기되니까 업계 토론회 등을 실시해 신중을 기하겠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레미콘산업의 원초적인 문제는 정책시행이 아니라 원가는 뛰는데 판매가는 떨어져서 중소·영세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다가 하나둘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완전 자율경쟁을 한다면 중소·영세 기업은 설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사실상 ‘건설사 마음’
‘MAS정책에도 최저가격이 정해지고 자율경쟁 하에 공급하면 경쟁사들의 품질향상, 시공서비스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현장에선 레미콘의 최저가격이 의미가 없다”며 “건설사에서 정하는 가격이 최저가격이 되고 최고가격이 된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정부, 조달청에서 보호하고 지원차원에서 최저가격을 정하고 분리발주 등을 시행한다고 해도 건설사에서 거래하지 않고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희망입찰제일 때 상황도 이런데 MAS정책이 시행되면 중소·영세기업들이 사라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현장 나름”이라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의 공무담당자에서 공사가격과 레미콘의 단가가 정해지고 위에서는 예산만 정해질 뿐”이라며 “공사 후에 비용을 확인하고, 예산보다 작은 공사비용이 들게 하는 것은 현장에서 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건설사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레미콘연합회는 “어떻게 대기업과 중소 영세기업이 경쟁이 되겠느냐”며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고, 자본과 물량 자체가 다른 싸움이다”고 발끈한다.
연합회 측은 “자유경쟁 시에 가격이나 품질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며 “현재 일본은 레미콘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서 특화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부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을 중심으로 레미콘 계약 방식을 현행 희망수량입찰제도에서 MAS로 변경하는 등 국가계약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조달청 관계자는 “내년에 MAS제 시범시행을 하긴 할 것인데, 좀 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MAS제도가 실행되면 과도한 경쟁과 품질저하 등과 함께 중소·영세 레미콘 기업들의 쇠퇴가 우려된다”며 “현재 실정에서 건설사의 횡포나 원가상승 등 어려움이 많은 우리의 레미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좀 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