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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근로상품권, 허울뿐인 ‘친서민’

김관식 기자 기자  2009.11.03 16: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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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 한 부분으로 정부는 친서민·중도실용의 원칙하에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지난 6월부터 시행한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친서민 정책의 주요 일환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1차 마감을 앞두고 △상품권취급금지업종들의 무분별한 가맹점 등록 △금지업체에 상품권 남발 △불법할인거래 등 행정상 구멍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의 경제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일시적인 사업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해 지급되는 임금의 일부분을 상품권으로 지급해 재래시장 및 영세상점의 활성화를 돕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인기・나성린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재래시장과 영세상점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가맹점 등록을 했고 또 ‘상품권 깡’ 등 불법할인 거래가 벌어졌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자체가 직접 지정한 가맹점에 남성휴게텔, 성인용품점, 스크린골프장 등이 포함돼 있어 ‘과연 서민들을 위한 희망근로프로젝트가 맞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25만명을 상대로 6개월 동안 약 5000억원의 희망근로상품권이 지급되며, 지난 9월말까지 1845억원의 희망근로상품권이 지급됐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희망근로임금의 70%는 현금으로 나머지 30%는 상품권으로 지급되는데, 현금 대신 주어지는 ‘30%의 상품권’은 취약계층의 소비 촉진을 위해 발행되는 것이지만 이 상품권은 금지업종에 통용됐고, 아예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도 버젓이 유통됐다. 

행안부는 무분별하게 등록된 불법금지업종에 대해 가맹점 등록 취소 지침을 내리고, 상품권 불법할인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집중 단속, 재래시장 및 영세상점 매출 실적과 상품권 교환 실적 등을 조사해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올해는 이 상태로 마감을 하고 문제점들을 좀 더 검토한 후에 내년 3월에 재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믿음직스럽지 않다. 홍보에 급급한 나머지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낸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프로젝트 당사자인 영세업자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입들을 모았다. 

서울 영등포구 희망근로상품권 가맹점인 한 영세업자는 “시행 처음보다 가맹점이 너무 늘어나서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가맹점으로 등록 되지 않은 곳에서도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상품권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꿔준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내년 3월에 다시 시행된다. 정부는 개선점을 세우기에 앞서, 드러난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맹점 등록 기준을 강화해 한정시킬 것, 그리고 상품권은 지정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것 등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정부가 서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질 수 있도록 조치를 해뒀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