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세종시’논란, 국민투표가 맞다

백병훈 주필 기자  2009.11.02 17:23:4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세종시 논란으로 사회적 대혼란이 예상된다.
원안(原案) 수정에 전면거부로 맞선 야권은 재보선 여세를 몰아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사안의 휘발성과 폭발성은 일사분란해야 할 여권내부에도 도사리고 있다. 걱정했던 소모적 논쟁과 국론분열의 파열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문제는 분단상황에서 수도분할을 걱정해야 할 국가중대사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이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초래한 한 ‘원죄’(原罪) 때문이다. 2002 대선 당시 노무현후보의 ‘충청 표몰이’ 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권의 대중몰이가 만들어 낸 기형아가 지금의 세종시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깊은 성찰 없이 섣불리 세종시 건설안에 화답해 줬고, 이후의 국회표결에서도 쓴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협조해 주었다. 이처럼 여․ 야가 내뱉은 ‘국민과의 약속’ 그 자체가 정략적이었던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행복도시’가 되겠는가? 불행의 씨앗을 품고 어떻게 나중에 행복해 지기를 바란단 말인가? 충청인의 타는 가슴은 또 누가 쓸어 줄 것인가? 원죄 때문에 무너질 집 일줄 알면서도 당초 약속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설계대로 집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박근혜 의원은 당대표 시절 세종시문제를 타결해 준 장본인이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정치생명으로 여겨 온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세종시는요?” 이 한마디가 아닐 것이다. 원칙이나 약속도 중요하지만 큰 틀로 국가의 장래나 충청의 희망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더 아름답고 소중하지 않겠는가?

민주당이나 이회창 총재도 원안 수정방침에 전면거부로 맞서면서 처절한 저항과 불복종운동도 경고했다. 그러나 세종시문제는 ‘결사항쟁’이나, ‘남아있는 12척 병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처럼 진실을 보면서도 자신의 소신과 양심을 ‘기소유예’ 처분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모르는 한국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여당의 취지는 계획을 축소하거나 백지화하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정부부처의 이전보다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도시기능으로 성격을 바꾸자는 것일 것이다. 국가정책의 일관성과 국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원안사수만이 충청과 국가발전에 능사는 아니다. 뭔가 잘못 됐음을 눈치 챘다면 냉정하게 다시 숙고해 보아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이 안일하게 대처하거나 실기한다면 이는 역사에 대한 오만함이자, 국민에 대한 우롱이고, 직무유기다. 늦기 전에 국익을 우선에 두고 국민 공감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원안 추진이 양심상 마음에 걸린다는 대통령을 놓아두고 어떻게 그냥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차제에 대통령도 양심에 걸릴만 한 사안임을 알아차렸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반듯한 대안을 국민에게 물어 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개인이나 당파적 이익에 스스로를 함몰시킨 ‘약속’이 국익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정치는 국민을 하나로 묶기도 하지만 분열시키기도 한다. 정치권에 문제해결을 맡기기가 어렵다면 전 국민의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마지막 구원의 탄원처이자,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권력행사의 근거다. 헌법에 근거해 ‘국민투표’로 가보자는 이야기다.

헌법 제72조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권력구조 변경을 골자로 하는 개헌(改憲)과 세종시문제를 하나로 묶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 어차피 권력구조 변경도 도모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렇게 해서 이번만큼은 권부의 의중이 실린 국민투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실천해 보자. 누구도 침범할 수없는 ‘국민주권’의 위력과 힘을 보여주고, 정치권이 잘못한 오류를 바로 잡아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권이 각성하고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민들도 맹목적 대중추수주의가 얼마나 위험 한 것인지를 알게 되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다.

어느 정치인이 세속적 정략가 인지, 아니면 조국과 국민 앞에 책임지는 경세가(經世家) 인지는 늘 훗날의 역사가 날카롭게 평가했다. 그래서 역사는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역사에 부끄럼 없는 결단이 지금 필요하다.

 백 병 훈/ 프라임경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