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제자인 혜자와 함께 강가를 거닐다가 말했다.
“물고기들이 아주 즐겁게 노니는 구나. 저것이 바로 물고기들의 즐거움이니라.”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습니까?”
스승이 되물었다.
“너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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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은 건 아니다. 다만 ‘장자와 혜자’의 일화 한 토막을 바라보면서 몇 달 전 재계를 중심으로 떠돌았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떠올랐을 뿐이다.
해프닝의 전말은 이렇다. 두 달 전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포스코 상임변호사에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선임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흘렀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소문은 며칠 뒤 감칠맛 나는 양념까지 더해져 ‘증권가 찌라시’에도 실렸다.
양념은 ‘포스코, 임채진 전 검찰총장 영입설’을 ‘포스코, 임채진 전 검찰총장 상임변호사 내정’으로 바꿔놓을 만큼 그럴 듯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현정권 실세로 알려진 천신일 회장과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막역한 사이라는 것이다. (천 회장과 임 전 총장은 실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인 ‘4T CEO’ 동문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뜬소문’ 하나로 1조원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포스코가 발칵 뒤집혔다. 홍보팀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회사 측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을 터였다.
물론, 굴뚝에 연기조차 안 피웠던 건 아니다. 포스코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아는 지인(포스코 상임변호사)’에게 ‘혹시 포스코에 상임변호사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답니다. 며칠 뒤, 그 지인이 결재 받을 일이 있어 회장실에 갔다가 마침 회장님이 자리에 계셔서 ‘임채진 전 총장이 가정도 있는데 현재 하는 일도 없고…, 이곳(포스코) 상임변호사 자리가 있으면 하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답니다. 그러자 회장님이 ‘그래,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으흠, 그래 한번 생각해보자’고만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상임변호사는 고정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건당 수당을 받는 거거든요. 게다가 현재 상임변호사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임 전 총장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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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 전 총장 영입’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한낱 소문에 불과했던 일이 사실인 마냥 둔갑됐다는 점이다. 물론, 그럴 듯한 온갖 양념이 더해져 소문이 확대 재생산된 것도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이 ‘포스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포스코는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권 외압설’에 시달려왔다. 정준양 회장 취임 때도 그랬고, 이구택 전 회장 때도 그랬다. 이번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때 핫이슈로 떠오른 ‘정권실세,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 의혹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낙하산 의혹’이 일 때마다 포스코는 방방 뛰었다. “현 회장이나 전 회장 모두 낙하산을 타고 외부에서 날아든 사람이 아니라 포스코 공채 출신으로 회사가 키워낸 전문경영인인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투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의심받을만한 짓은 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포스코가 딱 이 꼴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때마다 ‘답답하다. 억울하다’면서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건 정작 포스코다.
일례로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들어선 뒤 새 사외이사로 이명박 대통령 정책자문단 출신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던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