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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C 홈페이지> | ||
드라마 '선덕여왕'은 적통 황족 덕만공주와 방계 혈통이자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실 사이 전형적 선악대결의 단순한 구조를 통해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들 두 집단 수장 중심으로 황제와 예비 황제 후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화랑 세력들 사이에 여성이라는 매개 변수를 통해 정치·종교·경제·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하나의 프리즘에 투영했는데, 자세히 살펴 보면 천여년 전의 이야기라 하기에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미실의 남편인 세종과 그녀의 정부 설원은 권력 핵심부에 차지하면서 2세인 하종과 보종 역시 대를 이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또 다른 진골인 김유신계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망한 가야 세력인 김서현과 신라 성골 출신의 만명부인 사이에서 김유신은 대를 이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데, 그 사이 미실측과 결혼동맹을 통해 부자연스러운 조합을 꾸려 나간다.
핵심은 바로 이런한 부와 권력의 세습에서 결혼이라는 매개체가 시공을 초월해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벌(財閥)은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뤄진 혈연적 기업체군이며, 규벌(閨閥)은 혼인에 의해 맺어진 사적(私的)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이해(利害)집단이다.
재벌과 규벌은 아주 미세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보다 알기 쉽게 이야기 해보자. 최근 결혼한 LG그룹 ‘황태자’로 불리는 구광모씨가 중견식품업체 보락 대표 딸과 결혼한 것이 재벌가 형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두 집단간에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부의 형성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황에서 '윈-윈'내지 '상부상조' 할 수 있는 구도로 국내 그룹사 대부분이 이러한 혈연적 기업체군을 형성해 나갔다.
규벌은 이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처(妻)의 세력을 중심으로 맺어진 이해집단으로 동족 연계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기의 세력을 확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 동양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 사후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으로 양분되면서 첫째 딸 이혜경 부회장, 둘째 딸 이화경 롸이즈온 대표가 대표적인 규벌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딸 이혜경 부회장의 남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경기 중·고교 거쳐 서울대 법대 3년 재학 중 12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19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첫발을 내디딘 후 고 이 회장의 장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결혼,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그룹에 발을 들였고,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뒤 지난 1989년부터 동양그룹 회장을 맡았다.
아마, 드라마상 미실과 세종의 관계 정도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진골 출신인 미실과 진골이자 상대등인 세종의 모습에서 현재현 회장을 떠 올릴 수 있다. 당대 저명한 학자 집안에서 검사 출신 배경으로 재력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여기에 드라마 '선덕여왕' 각본 설정과 롸이즈온 이화경 대표,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유사함을 넘어 더욱 드라마틱하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유년기 덕만과 김유신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데 김유신은 패망 가야국의 후손으로 신라 성골인 어머니 마야부인을 통해 신분 상승이 되며, 이후 신라 주류 사회에서 확고 부동한 위치에 오르게 된다. 드라마 상에서 보인 애틋한 러브 스토리는 바로 담철곤 회장이 걸어온 길과 상당히 유사함을 보인다.
담 회장은 당시 국내에서는 배척 당하던 화교 출신으로 서울 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양구 창업주의 차녀 화경(라이즈온 대표)씨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비로소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그룹사 회장으로 소위 주류 사회에서 성공가도의 길을 가게 된다.
비록 드라마상에서 재구성한 모습이지만 과거의 모습이 결코 현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대는 변화했지만 권력과 재력을 향한 'DNA'는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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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종엽 기자 | ||
이미, 유럽과 미국의 선진 기업들은 특수관계인에 의한 세습 보다 우수 인재를 인큐베이팅 시켜 기업을 영속 발전시켜 오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기업 CEO들은 상속세를 강화시켜 2세 경영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세습을 하면 기업 이미지 및 브랜드 명성에 훼손을 가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추론할 수 있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서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대한민국 기업들과 재벌의 자화상이 보인다. 드라마를 속 주인공들의 화려한 영상 이면에는 역사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재벌과 규벌 역시 보이지 않는 희생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골품제'와 같은 '세습'적 구조가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시청자와 독자들의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는 아닐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로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