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신용경색’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표준 경제학은 이 단어가 발생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투명성에 대해 말하면서, 마치 무언가가 부실채권의 실제 가치를 적극적으로 가리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거래하고 있는지 사실상 몰랐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들조차 속은 것이다. 만약 불확실성이 그들을 속일 수 있다면 당연히 우리 모두를 속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실제로 현실이 그러하다는 사실,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정교한 본능을 발달시켜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근로자 사이에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 마케팅의 역할, 경쟁이 효율적이라는 잘못된 관점, 다국적기업의 위력,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 등에 관한 진실을 알려줄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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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방향의 지표였던 술집이 일종의 ‘정신적 지표’가 된 것이다. 심지어 더블린에서는 레너드의 술집이 있었던 “레너드 모퉁이로 갑시다” 하고 말하면 모든 택시기사가 바로 알아듣는다. 이런 기준은 그들에게는 길을 찾는 완벽한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시의회에서 더 효율적인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더블린의 주요 교차로에 알파벳과 숫자로 이름을 붙이고 그에 맞는 새로운 도지 표지판을 만들었다. 시의회의 계획대로라면 더블린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체계화된 도로 시스템 덕분에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해져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짐작하듯이 시민들은 여전히 “레너드 모퉁이로 갑시다”라고 외치고, 관광객들이 택시기사에게 J14에 내려달라고 말하면 아일랜드 상소리나 들을 게 뻔하다. 이처럼 한 사회에서 공통된 인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체계는 경제학에서 내세우듯 항상 효율적이거나 합리적인 방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인간을 ‘불행’에 빠뜨린 경제학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 아래 인간의 마음속은 들여다보지 않은 채 경제 이론만을 내세웠다.
경제학이 인간의 마음을 보지 못한 오류는 이런 것들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갔다면, 예산 범위에서 자신의 행복을 최대화해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막상 쇼핑을 시작하면 인간의 마음은 ‘합리성’에서 벗어나 예산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때론 지름신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버리곤 한다. 합리적인 인간이 왜 땅을 치며 후회할 짓을 한 걸까?
이 책은 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해준다. 바로 ‘인간은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행동경제학적 논리다.
특히 기존의 경제학이 주장해온 6가지 전제―1.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2.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 3. 인간은 이기적이다, 4. 아무리 광고해도 소용없다, 5. 조직은 합리적이다, 6.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경제학이 ‘행복’을 내세우며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해온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을 마케토피아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마케토피아 인으로 설명한다. 반대로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오히려 불확실한 지금과 같은 현실 세계를 머들톤,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머들톤 인이라 칭한다.
마케토피아 인에게 ‘행복’은 자신이 선호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느 정도 살 수 있는지와 그 비용을 지불하려면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주변 사람들의 인생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현실 세계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인간에게는 ‘본능’과 ‘충동’과 같은 심리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경제학에서는 효율성과 합리성에 근거해 ‘경제적인 인간이 가장 행복한 인간’이라며 인간을 옥죄왔다. 인간에게는 ‘1+1=2’나 ‘give and take’와 같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돈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3장,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비싼 찻값에도 불구하고 공정무역 카페를 찾거나(5장, 인간은 이기적이다), 광고란 속임수임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그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6장, 아무리 광고해도 소용없다)들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인간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피트 런은 특이하게도 신경과학을 전공한 신경경제학자로, 그는 이 모든 상황의 실마리를 ‘인간의 본능’에서 찾았다(사실 원서 제목은 ‘Baic Instincts경제 본능’이다). 그는 과학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구시대의 명제를 교체할 경제학은 새로운 핵심 이론 명제로 부상할 것이며, 신경과학의 연구 기법을 경제학 문제에 적용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의 도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뇌 연구가 미래에 경제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분명 경제학이 맞이하고 있는 변화와 쇄신의 시기를 대표하는 징후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학과 학생들이 논문이나 시험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방정식과 도표만 잔뜩 들어 있는 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는 더 나은 경제학이며, 그 경제학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지혜롭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차례
프롤로그- 경제학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
덧붙이는 글- 주류 경제학은 ‘서브 프라임’을 모른다
1부. 위기의 경제학
1장. 당신이 믿어온 경제학은 가짜다
2장. 경제학의 함정
2부.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3장. 경제학의 거짓말
-1.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4장. 경제학의 거짓말
-2.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
5장. 경제학의 거짓말
-3. 인간은 이기적이다
6장. 경제학의 거짓말
-4. 아무리 광고해도 소용없다
7장. 경제학의 거짓말
-5. 조직은 합리적이다
8장. 경제학의 거짓말
-6.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다
3부. 경제학의 진화
9장.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
10장. 올바른 경제학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