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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최대 걸림돌 ‘전임자 임금’

노동귀족 키우는 악습으로 변질

이용석 기자 기자  2009.10.22 10: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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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한국 노동계가 거센 풍랑에 직면해 있다.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 단행된 ‘노동법 날치기’ 파문에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지난 2년간 유지돼 온 한나라당과의 정책 공조를 깨고 다시 민주노총과 손을 잡겠다고 나서는 등 움직임이 부산하다.

현재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철폐다. 단지 전임자 몇 명의 급여를 누가 책임지느냐가 아니라 노사 문화의 기본 틀 자체가 바뀌게 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단 노사 관계 재정립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어, 이 노사 힘겨루기에 정·관·학계는 물론 일반시민들의 시선 역시 집중되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심심치 않게 가동 중단되는 현장 컷]  
 
◆13년간 방치돼 ‘법적 안정성’ 해쳐

‘헌법을 고치는 것(개헌)보다 노동법(근로기준법 등 각종 노사관계법)을 손대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말처럼, 실제로 노동법에 손을 대는 데 대해 정치권은 무척이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YS정권은 노동법 개정 시도 이후 역풍으로 경제위기까지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 때문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중 노조전임자 급여지원과 관련된 제24조 제2항과 제81조 제4호는 13년째 방치돼 왔다.(노조법은 1997년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이 폐지, 하나로 통합되면서 제정) 그러나 폐지 가닥을 잡았으면서도 적용 유예를 거듭하면서 여기저기 짜깁기한 누더기처럼 임시 운영의 변칙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13년째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서 법적 안정성을 헤치고 있다는 불만도 그래서 나온다. 다소 복잡한 문제지만 구조를 간단히 도식화하면 이렇다.

노조(노동계)는 사용자 측(경영계)과 대등한 협상을 펴기 위해 결성된 노동자 권익 추구 집단이다. 따라서 이 일만 하는 사람(노조전임자)은 회사(사용자)에서 월급을 받아서는 독립성 확보가 안 된다.

노조전임자의 월급은 노조의 몫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받는 것이 논리가 성립된다. 사용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임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미끼로 노조 활동에 개입하거나 노조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항의 시행을 놓고, 경제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서로 정반대에 서 있다. 노동계는 아직까지 집행을 미뤄온 김에 아예 법조항 자체를 폐지해 버리고 싶어한다. 경제계는 조속한 법집행을 주문한다.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회사가 책임지던 노조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것이 결정적 부담이 돼 노조 활동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노동귀족 키우는 악습 변질?

실제로 성균관대 임종률 명예교수 등 여러 노동법 학자들은 노조의 활동에 순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노조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되, 전임자 임금 지급과 최소한의 사무실 지원 등 노조가 이 지원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의 ‘선의의 지원·최소한의 지원’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조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에 그쳐야 한다는 이론은 그저 이론일 뿐, 그렇다면 실제로 노조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른바 ‘노동귀족’을 부양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노동부가 13일 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관련 설명회에서는 이 같은 일각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내년 1월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이 시행되면 국내 전체 노조 조합원의 16.3%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조 전임자 임금은 1인당 평균 43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취업난과 경제위기 시대에 일부 전임자 등은 풍요를 즐기는 적절치 않은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점차 변질 양상을 보여온 흐름은 노동법 분야 연구 학자들이 대안으로 언급하는 이른바 타임오프(Time-Off)제, 즉 노조 전임자에게 근로 시간 면제를 해 주는 방안 역시 변칙적 운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이 제도 역시 각종 노조 관련 업무자들에게 이리저리 시간을 빼주는 음성적 지원책으로 흘러 문제의 반복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따라서 타임오프(Time-Off)제로 회피하기 보다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 정면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하다. 지난해 7~8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노조 전임자 실태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노조 전임자에게 평소 받던 수준의 임금(55.5%)을 지급하거나 그 이상(28.2%)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4월 한국경영자총회가 발표한 자료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동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고액 임금 외에도 각종 편의 지원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노조의 경우 노조위원장에 대한 임원급 대우, 접대비, 차량 및 기사 제공 등의 무리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전임자 특별수당, 차량지원, 출장비(유류비 지원), 전임기간 종료시 상위직급으로의 복귀(노조 활동을 마치고 나면 좋은 자리로 간다는 속설을 반영하는 내용) 등의 요구사항도 들어 있는 경우가 수집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노조 스스로가 아닌 회사 측이 월급을 주는 구조 때문에 불필요한 노조전임자들이 양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연구원 연구조사에서, 노조 1곳당 실제 전임자 수는 3.6명이었으며,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49.2명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300인 미만 중소 규모 노조가 자체 조합비로 급여를 부담할 수 있는 전임자 규모는 전임자 1명 또는 반전임자 2명으로 노동연구원은 추정했다.

일례로, 노조전임자 급여를 스스로 책임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그렇지 않은 현대자동차를 비교해 보자. 전교조에 비해 현대자동차가 노조전임자가 훨씬 많다. 노조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를 비교한 결과 현대자동차는 205.5명, 전교조는 712.2명이었다.

결국 조합원들 스스로 십시일반 해결할 수 없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고, 이런 달콤한 이익을 누리면서 노조가 필요 이상 비대해지기도 한다. 결국 이런 노조는 ‘기브 앤 테이크’ 논리로 활동이 위축되거나 비대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한 일(노동 쟁의)에 강성으로 매달리게 된다.

참고로 위에서 전교조에 비해 직원규모 대비 노조 전임자가 많은 현대차의 경우 강성 파업 이미지가 최근까지 따라붙은 바 있어 이 연결고리의 상관관계 입증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풀이다.

◆노사문제 경제성장 걸림돌

   
   
이렇게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 노사문화는 그야말로 ‘이해관계가 달려 있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첨예한 쟁점들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말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본질적 개혁을 하려해도 어느 한 구석도 쉽지 않아 국가 경쟁력마저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일례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둘러싼 ‘밀월관계’는 노조가 자기 이익 앞에서 그간 손을 잡았던 정당과 손을 끊고 바로 적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의 우군으로 변신, 노동계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던 한국노총이 집단의 이익 앞에서는 ‘한나라당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 운동 불사’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결국 2010년 지방선거가 가깝고, 더욱이 당장 10월 재보선도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표’를 가지고 흔들겠다는 전술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표 결집으로 이익 방어를 하는 방식은 YS 노동법 수술 이래 정치권이 전임자 임금 문제 등에 손을 대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돼 왔다.

결국 당장 이익을 놓기 싫어하는 노동계와, 노동계 표를 외면하기 어려운 정치권이 야합을 통해 특정 회사나 경제계 전반은 물론, 한국 경제라는 기본 프레임에까지 부담을 지워온 셈이다.

지난 14일 ‘노사 상승을 통한 경영혁신’ 강연에서는 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조사 결과, 1957년에 선정된 500대 기업 중 1997년 리스트에 남아있는 기업은 74개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의 생존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소개됐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가 서로 돕고 협력하는 노사 상승이 절실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코오롱 배영호 대표는 ‘왜 지금 시점에서 노사 문화가 선진화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세계경제포럼(WEF)의 2009년 보고서 내용을 인용, 스스로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WEF 발표에 따르면 세계 133개국 중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9위를 기록한 반면 노사협력 부문은 13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노사 문제가 한국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법 개혁 필요성 커져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 일부 노조에서는 스스로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스스로 살을 베어내는 ‘고육책’을 노조 스스로 내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7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사상생포럼(이하 포럼)에서는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이 참여해 “노동운동의 자주성과 자생력 확보를 위해 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조합비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노조의 소중한 가치는 자주성이다.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에서 충당하는 게 맞다. 자주성이 있어야 자생력이 생기고 양질의 노동운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스스로 충당한다면 전임자도 줄어들고 전투적 노동운동도 사라질 것”으로 봤다. 정 위원장도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사가 지급하는 전임자 임금과 각종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노조(노동계)가 회사(경제계)를 뒤에서 비난하는 일명 ‘뒷담화 노동운동’에 대해 노동계 스스로도 수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은 유예 기간이 끝나가고 있어, 노동계의 압력에 정부와 정치권이 굴복·법 개정을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2010년 초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노사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계는 서로 대립하기 보다는 머리를 맞댈 시간도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를 글로벌 관행에 부합하는 쪽으로 고쳐가는 첫 걸음인 노조 전임자 틀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