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방송가 사람들, 특히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방송 다음날 게시판에 올려진 전날 방송 시청률표일 것이다. 학창시절 성적표를 받아 보는 심정으로 자신의 프로그램 옆 숫자를 확인했을 때 그 수치가 높을수록 입가의 미소가 커지지만 반면, 숫자가 낮으면 어깨는 한 없이 움츠려든다. 성적이 오르면 칭찬과 상이 따르고 떨어지면 회초리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청률에 대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이치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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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여의도 사옥(좌), 실시간 시청률 조사 프로그램 화면(우)/제공=MBC,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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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조사’ 어떻게?
국내 시청률 조사는 1990년 갤럽이 피플미터(Peoplemeter)식 조사를 처음 시작했고 현재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이하 AGB)와 TNS 미디어코리아(이하 TNS)가 조사를 맡고 있다.
AGB는 서울, 인천, 경기를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총 11개 도시, 2450가구를 표본패널로 구축해 시청률을 산출하고 있으며 TNS의 경우 전국 6개 광역시에 있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시청률을 조사한다.
조사대상은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인지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만 4세 이상으로 연령의 제한이 없이 남녀노소 모두 패널이 가능하며 학력과 소득, 직업 등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단, 외국인이나 가족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방송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외 대상이 된다. 또한 시청률 조사에 참여는 신청하는 것이 아닌 표본에 따른 무작위 선출 방식으로 선정된 가구의 모든 TV에 피플미터기를 부착해 조사를 하게 된다.
부착된 피플미터기를 통해 채널의 변화가 초 단위까지 기록되며 패널의 변화 역시 자동으로 인식된다.
조사된 결과는 새벽에 각 시청률 조사 회사로 전송, 분석, 통계처리 돼 매일 아침 지상파 방송사 및 케이블 회사, 광고회사로 보내져 전날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민영 미디어 랩’, 광고시장 판도변화
시청률 조사는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분석과 프로그램의 증․감편 및 광고판매의 집행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자료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모든 지상파 방송사 및 지상파 DMB 매체의 방송광고 영업을 대행하고 있으나 ‘민영 미디어 랩’(방송광고 판매 대행사)이 도입될 경우 미국이나 일본처럼 시청률 연동제가 실시돼 시청률에 의해 광고료가 책정된다.
이 말은 현재 시청률이 50%를 돌파해도 광고금액의 상한가를 제한 받아 오후 10시의 드라마 광고 금액은 1회에 약 2000만원 정도의 수준이지만 ‘민영 미디어 랩’이 도입될 경우 미국 NFL 슈퍼볼 경기의 30초 광고가 300만달러(약 40억원)에 집행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시청률에 따라 광고금액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방송제작 관계자는 “이제 시청률은 개별 프로그램의 존폐를 넘어섰다”며 “민영 미디어 랩이 도입돼 시청률에 의해 광고금액이 책정 된다면 작은 케이블 회사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객관적인 조사방법 시급
이처럼 방송사 및 광고주, 광고 대행사의 중요자료로 사용 중인 시청률 조사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현재 시청률 조사 회사인 AGB와 TNS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제약이 많은 전수조사 대신 약2000여 가구를 선정해 산출하는 표본조사 방식을 사용해 시청률을 계산한다.
시청률 조사 패널선정에 정확성을 기한다 해도 우리나라 전체 1900만 가구를 대표하기엔 2000여 가구는 너무 적은 숫자임엔 분명하다.
또한 현재의 시청률 조사가 ‘가구’에서만 조사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전에 비해 TV를 시청 할 수 있는 곳이 가구뿐만이 아니라 회사나 식당, 터미널과 철도역의 대합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시청하는 사람이 늘었음에도 현재의 시청률 조사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 시청률에선 주로 20~40대의 직장인들이 주시청자이며 선호 채널의 시청률이 크게 나타난다. 지난 2006년 한 조사에서는 가구 외에서 TV를 시청하는 비중이 14%가 넘게 조사된 것을 감안한다면 외부 시청률 또한 충분히 고려될 사항이나 현재 외부시청률 조사는 물리적, 경제적 여건 등의 이유로 조사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시청률 조사는 단순한 광고료 책정과 집행의 용도를 넘어 방송 프로그램 및 방송사의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료로 반드시 신뢰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방송환경과 그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을 객관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조사 방법과 기술 향상이 시급하다.